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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안개5

김광규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어젯밤에는 시청으로부터 '의외의' 문자 메시지가 왔다. 추위나 눈에 관한 문자는 정부부처들, 서울시청, 이곳 도청, 시청 등에서 중복해서 자주 왔지만 안개 주의 문자는 처음이었다. 저녁 9시부터 내일(그러니까 오늘) 아침까지 안개가 심해 가시거리가 짧으니 주의하라는 내용이었다. 그 문자는 오늘 아침에 한 번 더 왔다. 우리 동네는 걸핏하면 맞은편 산 정상 부근에서 내려온 안개가 무슨 거대한 짐승 모양으로 움직이며 큰길을 가로질러 서서히 이웃동네를 잡아먹는 것처럼 옮겨가곤 한다. 그게 이 동네에 살고 있는 나로서는 좀 미안하기도 했다. 안개 주의 문자 메시지를 보면서 이 시를 떠올렸다. 안개가 심하거나 말거나 이젠 밤거리에 나갈 일이 없어서일까? 오래전 D시에 있을 때는 안개가 자주 끼었고 그럴 때마다 볼.. 2024. 1. 11.
안개마을 저 안개, 안개가 바라는 것, 말없는 저것 그러다가 가는 것 내내 걷히지 않으면 우리가 달라지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은 것 우리가 달라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을 알면서도 소리 없이 사라져 가는 저것 2023. 11. 9.
정훈희 '안개' 안개의 도시였습니다. 가망 없다는 느낌인데도 다른 길은 없어서 학교나 다녔고, 더러는 아무도 몰래 안갯속으로 빠져들어가 낮에 함께 공부하던 이성을 만났습니다. 안개 때문에 누가 오고 누가 갔는지 파악할 수가 없었고 만나서 무얼 했는지 알 수도 없었습니다. 아름다운 소녀 정훈희의 '안개'가 저녁마다 거리를 휩쓸고 지나갔습니다. 그 노래는 누가 어디서 누구와 만나 어떤 얘기를 하는지 샅샅이 다 들었을 것입니다. 나는 가망 없다는 느낌만으로도 너무나 힘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하필이면 그 '안개'가 휩쓸고 지나가는 바로 그 거리를 끝없이 헤매고 있었습니다. 내게 다가온 사람들은 내가 가망 없어하는 모습을 보고 아무런 기대나 희망을 느낄 수가 없었을 것입니다. 그들은 그런 느낌으로 하나씩 하나씩 멀어져 가버렸고 .. 2022. 11. 20.
우리 동네 안개 자랑 2014. 10. 23.
우리 동네 아침안개 우리 동네 아침안개는 유명합니다. 아니, 사실은 유명해져 있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유명해지는 것이 당연하다는 뜻입니다. 안개는 저렇게 산에서 만들어져 마을로 내려오는데 저게 우리 마을을 휩쓸지는 않고 엉뚱하게 매번 저 앞의 이웃마을을 휩쓰는 것으로 보입니다. 내가 나서서 그 마을 사람들에게 대단히 미안하다고 사과할 일은 아니지만 왠지 좀 그런 느낌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조잡한 사진을 보여주기가 난처하지만 이런 사진을 찍겠다고 기회를 엿보는 일도 그렇고 일부러 나서기도 거북해서 일단 보여주게 되었습니다. 산허리를 감돌고 있는 저 안개의 선발대가 흡사 거대한 빙하 형태로 흘러 내려오는 모습을 볼 수 있기는 하기 때문입니다. 뭐랄까, 안개의 영향에 관한 과학적 해석 혹은 생활환경면에서 보면 어떨지 모르지만 .. 2013. 9.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