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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아이들6

왜 아름답지? 어째서 아름답지? 2022. 10. 21.
이영주「구름 깃털 베개」 구름 깃털 베개 ​ ​ 이 영 주 ​ ​ 부드러운 광기로 가득 차 있어. 깃털 같은 광기. 아버지는 한동안 베개를 만들었는데 하얀 솜이 아버지라고 생각하니 내 마음에 깃털이 돋았지. 아버지, 인공 구름을 끌고 온 자. 인공 구름으로 가득한 베개를 베고 잠이 든다는 것. 나는 가끔 공중에 떠 있는 관에서 잠들었고 깨지 않았는데, 아버지는 내 머리맡에 흩어진 구름 조각을 세탁기에 돌렸지. 실패한 조각은 표백을 해야 한다. 나는 세탁기 통에서 돌돌돌 깃털이 돌아가는 표백인. 아버지는 듬성듬성한 내 깃털 밑에서 죽음을 연습하지. 지난 일주일 동안 죽었다고 하지. 부드러운 광기가 베개 안에 스며들고, 나는 남은 깃털이 모두 빠졌지. 깃털은 역시 인공으로 만들어야 한다. 부드러운 소재로 광기를 꾸며야 한다. 나는 .. 2022. 8. 30.
명퇴한다는 K가 저...인가요? 선생님, 혹시 명퇴한다는 K가 저...인가요? (아름다운 교육자..라는 구절이 있는 걸로 봐서는 제가 아니고, 선생님 주변의 또 다른 교사이신 듯하고.) 일단 저도 선생님께 명퇴 운운했으니, 제게 던지시는 일갈로 여기고 읽어보았지요. (교단 세월은 꽤 되지만, 세상일에 멍청이라는 표현은 저를 정확하게 꿰뚫으시는 말씀이라, 또 저인 것도 같고.) 마지막 구절에, 저 아이들을 그리워하지 않을 자신이 있냐는 말씀에 도달해서는... 이유 모를 눈물이 왈칵 솟고 마는 저의 주책. 아이들과 교단이 저의 그리움의 대상이었던가요? 미련한 제가 그리움의 대상이 될 것들과 함께하고 있는 이 일상 속에서 정작 가장 행복한 순간을 보내고 있음을 인지하지조차 못하고 있는 건가요?(세상 그런 똥멍청이가 다 있나요?) 제가 이들을.. 2021. 11. 30.
"얘들아, 조심해! 행복해야 해!" 얘들아, 반갑다! 선생님 부탁 말씀 잘 들으며 부디 조심해야 해! 우리에겐 너희뿐이야. 너희가 모든 것이야. 어른들이 그걸 잠시 잊을 순 있어도 모르는 건 아니야. 모두들 행복해야 해! 믿을 게~ 잘 부탁할 게~ 2021. 4. 22.
「추운 아침」 추운 아침 내 입에서 하얀 꽃이 피네요. 친구들의 입에서도 꽃이 피네요. 포옥 포옥 꽃이 피네요. 지금도 옛 교사 시절에 있었던 일들을 떠올리거나 꿈을 꾸거나 합니다. 그런 일들이 다시 일어날 수도 있다는 막연한 느낌은 사라졌습니다. 그건 다행입니다. 일전에는 꿈 속에서 처음 교사 발령을 받아 아이들을 가르치며 지어본 동시 한 편이 생각났습니다. 50년 전의 일입니다. 그 3연의 정체는 거의 정확할 것이라는 확신까지 주었는데 아침에 잠에서 깨어났는데도 생생하게 떠올랐습니다. '동시'라고 하기에는 쑥스럽지만, 눈에 보이는 것에 이어지는 심상(心想)에 조금만 가까이 간 상태를 보여주어 아이들도 한 편의 시를 써보게 하고 싶었을 것이었습니다. 가브리엘 루아의 소설 『내 생애의 아이들』에서 본 문장이 생각나서 .. 2018. 10. 23.
선물 혹은 그리움 청소기를 앞세우고 돌아다니다가 발견했습니다. ― 자칫하면 지울 뻔했구나. 고것들이 와서 남겨 놓았습니다. ― 어느 녀석일까? ― 뭘 하려고 이쪽으로 갔을까? 다 그만두고 앉아 있었습니다. 2015. 8.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