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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변신4

오한기(단편소설) 〈25〉 오한기(단편소설) 〈25〉 『현대문학』 2019년 6월호 내가 나 자신이 아니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에둘러 말할 것도 없이 혹독한 배신을 당했을 경우입니다. 그 순간에는 내가 나 자신이 아니었으면,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한동안 그 생각만 했습니다. 그걸 잊을 수는 없고, 그렇다고 어떻게 할 수도 없고, 이렇게 아픈 채 살아갑니다. 다른 이들 중에도 그런 경우가 있는 것 같았습니다.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자신의 흔적을 지우고 싶어 하는 사람도 있고, 그런 경우 돈이 들어간다는 기사도 보았지만 말 못 할 사정은 여러 가지일 것입니다. 사람마다 다를 것입니다. 내가 나 자신이 아니었으면 싶다는 순간을 어찌할 수는 없어서 그 아픔을 갖고 살아가는 것은, 어쩌면 어떤 .. 2019. 7. 8.
프란츠 카프카 『변신』 Ⅱ 프란츠 카프카 『변신·시골의사』 전영애 옮김, 민음사 2009 만약, 내일 아침에 일어나보니까 자신이 한 마리 벌레가 되어 있다면 어떻겠습니까? 프란츠 카프카는 충분히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변신』이라는 소설에서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 소설에는 아무리 뜯어봐도 전혀 비논리적이거나 허황된 설명을 한 부분이 없습니다. 외판원 그레고르 잠자라는 인물은, 어느 날 아침 자신이 한 마리 벌레, 거대한 새우1처럼 등은 껍질로 되어 있고 수많은 발이 돋아난 그런 벌레로 변해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럴 수가 있을까?' 싶다면, 전혀 거짓이 아니라는 걸 이 소설을 읽어보면 알 수 있습니다. # 지난번에 좀 인용했으므로 이번에는 여동생 그레테가 벌레로 변한 그레고르에게 어떻게 대하는지 보십시오. 누이.. 2012. 3. 18.
프란츠 카프카 『변신』 프란츠 카프카 『변신·시골의사』 전영애 옮김, 민음사 2009 그레고르 잠자는 어느 날 아침 불안한 꿈에서 깨어났을 때, 자신이 잠자리 속에서 한 마리 흉측한 해충으로 변해 있음을 발견했다. 그는 장갑차처럼 딱딱한 등을 대고 벌렁 누워 있었는데, 고개를 약간 들자, 활 모양의 각질(角質)로 나뉘어진 불룩한 갈색 배가 보였고, 그 위에 이불이 금방 미끄러져 떨어질 듯 간신히 걸려 있었다. 그의 다른 부분의 크기와 비교해 볼 때 형편없이 가느다란 여러 개의 다리가 눈앞에 맥없이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어찌된 셈일까?」 하고 그는 생각했다. 꿈은 아니었다. 그의 방, 다만 지나치게 비좁다 싶을 뿐 제대로 된 사람이 사는 방이 낯익은 네 벽에 둘러싸여 조용히 거기 있었다. 『변신』의 처음 부분이다. 외판원 '잠.. 2012. 3. 15.
마지막 날 밤의 꿈 나는 '교무실'의 뒷쪽 구석, 별도로 마련된 책상에 앉아 있었습니다. 교사들은 회의실이나 세미나실에서처럼 앉은 것이 아니라 옛날식 저 '지시·명령 전달형' 회의실에서 회의가 시작되기를 기다리며 두른두른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부산한 분위기가 가라앉자, 누군가 올해 새로 임명될 부장교사와 담임교사들을 호명했습니다. 순간적으로 '저 호명이 끝나면 내가 임명장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으나, 그게 아니었습니다. 저 앞쪽으로 얼핏 새로 온 교장이 보였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교장, 교감, 교무부장은 모두 남성인 것 같았습니다. 이제 제가 할일이 끝났다는 걸 알아차렸습니다.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교무실 밖으로 나왔습니다. 교무실 문간에는 그곳에 벗어놓았을 제 신발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교무보조업무를 맡은 이를 .. 2010. 3.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