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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모딜리아니3

여인들, 나의 여인-영혼을 그린 그림 〈검은 타이를 맨 여인〉 1917. 캔버스에 유채. 65×50㎝. 개인 소장. 1 변함없는 충실성, 다시 말해서 변함없이 지속되는 믿음 없이는 그 어떤 것도 위대하지 않다. 마음을 가다듬고 집중하는 명상 없이는 그 어떤 것도 진정하지 않다. 나는 조각상들의 죽은 듯 표정 없는 눈을, 그 눈에 가득한 그 모든 고독을 생각해본다. 삶에서 멀리 물러나 있는 그 존재들만이 오로지 삶을 판단할 수 있다. 움직일 줄 모르는 그들의 부동성이 우리를 움직여 우리 자신의 밖으로 넘어서게 하고 앞을 보지 못하는 그들의 맹목이 우리의 눈을 밝혀준다. 오이디푸스는 사람들의 시선을 이끌어 한 곳을 응시하게 한다. 안티고네를 인도하여 그녀가 아테네의 찬란한 빛을 발견하게 하는 것은 다름 아닌 오이디푸스다. 나는 조각상들과 그림들.. 2019. 3. 19.
장소현 『불꽃 같은 사람·사랑의 조형시인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불꽃 같은 사람·사랑의 조형시인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장소현, 열화당 2000 쑥스러운 고백이지만, 대학 다닐 때 친구들과 시화전(詩畵展)이라는 걸 해봤습니다. 순전히 남과 어우러지는 것이 좋아서 그런 일들을 벌이며 살아왔습니다. 자신의 작품 제작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걱정을 하지 않았습니다. 모딜리아니의 작품을 크게 복사해 붙이고 그 귀퉁이에 글을 써넣기로 한 것입니다. 그러면 詩는…… 어떻게 했나 하면…… 흉내만 낸 거지요. 詩는 무슨…… 모딜리아니의 그림이 '시적(詩的)'이니까 구경꾼들이 그 그림을 바라보면 더 좋을 것이므로 그렇게 한 것입니다. 사진관 주인이 참 하릴없는 학생을 바라보면서 "이 그림을 확대 촬영해서 무엇에 쓰려는지" 자꾸 물었습니다. 45년 전 일이 되었습니다. 이 책은 이렇게 시.. 2012. 7. 31.
모딜리아니 『검은 타이를 맨 여인』 1968년 가을, 쓸쓸한 시절에 곧 졸업을 하게 된 우리는 역 앞 그 2층 다방에서 시화전(詩畵展)을 열기로 했습니다. 일을 벌일 생각은 잘 하면서도 누구는 뭐 맡고, 또 누구는 뭐 하고…… 남을 잘 동원하는 게 제 특성이어서 남에게만 좋은 시(詩)를 내라며 날짜를 보냈으므로 다 챙기고 보니 정작 제 작품은 없었습니다. 늦가을이고 또 한 해가 저무는구나 싶어서 거창하게 '사계(四季)'라는 제목으로 쓰고 보니 영 시원찮았지만 기한이 다 되어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것이 처음 써본 시였고 마지막 작품이었습니다. 별 수 없어 그림이라도 특별한 것을 넣어 그것으로 눈길을 끌자는 생각을 하다가 아메데오 모딜리아니의 『검은 타이를 맨 여인』이라는 그림을 보게 되었습니다. 모딜리아니의 그림은, 어젯밤, 그러니까 2월.. 2008. 2.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