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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마법3

김원길 《적막행寂寞行》 김원길 시집 《적막행寂寞行》 청어 2020 시인과 함께하던 그 저녁들로부터 오십 년이 흘렀습니다. 나는 이렇게 허접하고 시인은 변함 없습니다. 여든이 된 시인이 바라보는 적막이 이런 것이구나, 표지를 바라보며 생각했습니다. 저 빛깔은 이십대 중반의 시인이 보여주던 적막이었습니다. 서정(抒情)의 강물 같습니다. 소년기에 나타났다가 사라져버린 정(情)이 아니었습니다. "자, 또 한 편 써볼까?" 하고 술술 써내려갔을 듯한, 낯간지러운 '말놀이'도 아니었습니다. 마법 그리운 율리아나, 어이 할거나. 나는 몹쓸 저주에 걸려 여인의 사랑만이 사슬을 푼다는 별난 마법에 걸려 괴물의 몸으로 빈 성에 숨어 사는 이야기 속 딱한 왕자. 율리아나, 그대 또한 멀리 외져 발길 없는 숲속 궁전, 백 년을 옴짝 않고 누워 잠자.. 2020. 6. 28.
캐서린 앤 포터 〈마법 Magic〉 캐서린 앤 포터 Katherine Anne Poter 〈마법 Magic〉 김지현 옮김, 《現代文學》 2020년 3월호 86~90 이렇게 시작되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블랑샤르 마님, 저는 여기서 마님과 마님 가족을 모시며 지내는 게 행복하답니다. 여긴 모든 게 평화롭고, 이전에 저는 오랫동안 유곽에서 일했으니까요…… 유곽이 무엇인지는 아시지요? 그런 것이야……, 누구나 언젠가는 들어 알게 되니까요. 음, 마님, 저는 늘 일거리가 있는 데서 일을 하니까, 그곳에서도 온종일 굉장히 열심히 일했답니다. 그리고 지나치게 많은 것을 봤지요. 마님께서 들으시면 믿지 못할 것들을요. 원래는 감히 마님께 그 이야기를 해드릴 생각도 없었지만, 제가 머리를 빗겨드리는 동안 무료함을 달래실 수 있을까 해서 좀 들려드리려고.. 2020. 4. 7.
김원길 「마법」 시든 소설이든, 수필, 희곡, 평론이든 우리가 좋아하는 작품을 쓴 작가에 대해, 그의 생애와 업적, 사상 등을 알아보는 까닭이 있습니다. 작품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 석사학위나 박사학위 논문, 혹은 저널에 실을 논문을 제출하기 위해서, 문학작품으로서의 평론을 쓰려고, 단순한 호기심으로…… 어쨌든 작가를 알면 작품을 더 재미있게, 깊이 있게, 폭넓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니까 46년 전, 지금의 저 안동 지례예술촌장 김원길 시인은 어느 여자고등학교 국어 선생이었습니다. 내가 그 교육대학의 예술제를 만들고 그 프로그램 속에 "문학의 밤" 행사와 "시화전"도 넣겠다고 하자, 대뜸 두 가지 행사에 다 참여해 주겠다고 했습니다. 그해 어느 안개낀 가을날 밤, 이 시 「마법」도 감상한 것 같은데.. 2014. 1.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