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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동시6

류병숙 「물의 주머니」 물의 주머니 류병숙 개울물은 주머니를 가졌다. 물주름으로 만든 물결 주머니 안에는 달랑, 음표만 넣어 오늘도 여행간다. 가면서 얄랑얄랑 새어나오는 노래 물고기들에게 들꽃들에게 나누어주며 간다 얄랑얄랑 간다. -------------------------------------- *제72회 洛江詩祭 시선집 설목의 카페 《오늘의 동시문학》에서 이 동시를 봤습니다. '물결 주머니'를 가진 시인, 그 시인의 마음이 보고 싶었습니다. 시인에게나 그 누구에게나 시름이야 왜 없겠습니까만 이 시를 읽는 동안은 괜찮아집니다. 읽은 글 굳이 다시 읽지 않는데 '물의 주머니'는 여전히 즐거워서 '얘기가 어떻게 이어졌지?' 다시 찾아 읽게 됩니다. 들꽃도 저버린 늦가을, 그래도 그 개울물 보러 가고 싶어집니다. 시인에게 이런 .. 2022. 10. 30.
조영수 동시집 《마술》 조영수 동시집 《마술》 그림 신문희, 청색종이 2018 책 중에서도 동시집을 읽는 저녁이 제일 좋았습니다. 그 시간이 선물 같았습니다. 그런 경험이 있으면 누구나 그렇다고, 선물 같다고 할 것 같았습니다. 세상이 복잡하지 않습니까? 이런 세상에 동시집을 읽고 있으면 그 시간 아이들 세상으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나는 그걸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는데 이번에 조영수 동시집 《마술》을 읽으며 분명히 깨달았습니다. 즐겁다 재미있다 밝다 맑다 가볍다 우울하지 않다 세상은 괜찮다 ..................... 이런 것들이 이 동시집을 읽는 동안의 느낌이었습니다. 아, 시라고 해서 굳이 무슨 운율 같은 걸 넣으려고 애쓰지 않은 것 같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그래서, 억지가 보이지 않아서 마음이 더욱더 .. 2022. 9. 7.
동시를 읽는 이유「섭이가 지각한 이유」의 경우 내 친구 설목은 《오늘의 동시문학》이라는 계간지를 내고 있었습니다. 계간이니까 47호라면 대략 12년인데 그런 책을 사보는 이가 거의 없는데도 십수 년 책을 냈으니, 그것도 재단 같은 걸 만들어 어디서 보조도 받고 공사 간 찬조도 받고 하지 않고 거의 사비로 그 짓을 했으니 요즘 말론 미친 짓이었겠지요. 그러면서 2015년 봄·여름 호가 마지막이었지요, 아마? 지금은 폐간되고 인터넷 카페("오늘의 동시문학")만 운영되고 있습니다 나는 아이들이 보고 싶을 때마다 그 카페에 들어가 봅니다. 무슨 낙으로 그러는지, 평생 동시를 쓰고 읽으며 사는 이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들의 삶을, 그러니까 그들의 작품(동시)을 나는 웬만하면 "좋다"고 합니다. '좋다고 한다'? 당연히 그렇게 표현해야 합니다. 나는 그때(.. 2022. 1. 18.
류병숙 《모퉁이가 펴 주었다》 《모퉁이가 펴 주었다》 류병숙 동시 │ 신문희 그림 청색종이 2021 항구 우리 집 현관은 밤마다 조그만 항구 발 실어 나르는 배 신발들이 잠을 자지요. 통통배 보트 고기잡이 배 아침이면 건너야 할 넓은 바다를 두고. 지금은 전혀(!) 아니지만 아이들이 하나 또 하나 결혼해서 떠나갈 땐 허전했습니다. 아내 몰래 신발장 앞에서도 먹먹해했습니다. 지금은 전혀(!) 아닙니다. 그런데도 "오늘의 동시문학" 카페에서 이 시를 읽는 동안 또 그 허전함이 새삼스럽게 다가와서 이런 댓글을 달았습니다. 아이들이 나갔다가 들어오는 밤에는 기적 같은 걸 느꼈습니다. 이 넓은 세상으로 그렇게 나갔다가 어김없이 들어오곤 했거든요. 지금은 그 항구가 허전합니다. 출항도 뜸하고 따라서 귀항도 뜸합니다 허전한 항구......... .. 2021. 7. 7.
「사랑 비행기」 사랑 비행기 비행기는 난다 무지개 위에서도 비행기는 난다 구름 위에서도 하늘 위에서도 엄마 토끼 위에서도 하트 위에서도 2016. 9. 2.
정은미 「모드와 링거」 체로키 인디언 할아버지에게 듣는 인디언 이야기 중에서 모드와 링거 정은미 '모드'라는 개가 있어. 냄새는 잘 맡지 못하지만 귀가 밝아 먼 소리까지 잘 듣지. '링거'는 뛰어난 사냥개였어. 지금은 나이 들어 잘 보지도 듣지도 못하지만. 나는 사냥할 때 모드와 링거를 꼭 데리고 다녀. 냄새도 못 맡고, 보지도 못하고 듣지도 못하는 개들을 왜 데리고 다니냐고? 그건 여전히 자신들이 소중하다는 걸 느끼게 해 주기 위해서지. 내가 산에 오를 때면 녀석들은 '컹! 컹!' 짖으며 앞질러 힘차게 뛰어간단다. 2013.5.25. 충청북도 그러니까 이 이야기와는 직접적 관련이 전혀 없는 엉뚱한 개. 나도 그렇습니다. 나이가 드니까 잘 보이지 않습니다. 누가 인사를 하면 가까이 다가가 그렇게 인사를 받는 것에 대해 꼭 궁색.. 2016. 6.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