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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나치2

어피니티 코나 《세상 끝 동물원》 어피니티 코나 소설 《세상 끝 동물원》 MISCHLING 유현경 옮김, 문학동네 2019 1 이렇게 엄청난 이야기는 처음 봤습니다. 의사 요제프 맹겔레가 아우슈비츠에서 인간을 대상으로 실험을 합니다. 쌍둥이 아이들의 몸을 마음먹은 대로 찢어버리고, 실험용 주사액을 주입하고, 망가지면 쓰레기통에 버렸습니다. 가슴이 떨린다는 느낌을 이 책으로 경험했습니다. 등뼈에 주삿바늘을 꽂고, 장기를 제거해 보고, 발목을 묶어 동물 우리에 가두고, 어린 여자애 몸을 갈라 아이를 가질 능력이 있는지 그 속을 들쑤시고 난 다음 엉성한 바느질로 봉해 놓고, 두 아이의 몸을 합쳐서 꿰매 버리고…… 그렇게 하면서 그 악마는 미소를 지으며 아이들을 바라보고, 그 아이들도 미소를 지으며 자신을 "삼촌"이라고 부르며 다가오게 했습니다.. 2020. 4. 10.
파트릭 모디아노 『도라 브루더』 파트릭 모디아노『도라 브루더 Dora Bruder』 김운비 옮김. 문학동네. 2007. '노벨상 특수'와 무관하게 파트릭 모디아노의 작품세계는 꾸준한 화두였다. 서른 편을 훨씬 웃도는 작품들 속에서 작가는 한결같다. 서사는 언뜻 느리고 느슨해 보이지만 섬세하고 탄탄하다. 비슷한 인물들이 비슷한 행동을 통해 비슷한 사건을 일으키고 비슷한 상황에 처한다. 그래서 플롯이 빤해 보이지만 의외로 이야기의 전개는 갈수록 흥미진진하다. 문체는 깔끔하면서도 서정적이며, 문장은 간결하면서도 유려하다. 지극히 개인적인 사안을 다루면서도 객관적인 시선과 냉정한 어투를 유지한다. 모디아노의 작품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동일한 테마와 모티프들은 오히려 때마다 새로운 이야깃거리가 된다. 이토록 일관되고 절제된 글쓰기를 통해 작가가 .. 2015. 3.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