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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나는 이렇게 나이들고 싶다4

왜 그렇게 앉아 있나요? 비는 오는데 그렇게 앉아 있으니까 좀 민망합니다. 나는 아예 그 벤치나 의자에 앉지 않으려고 몸이 무거우면 선 채로 좀 쉬었다 걷지만, 그렇게 하는 건 나도 그렇게 앉게 되면 지금 그 모습과 한 치의 다름이 없을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민망하겠지요. 아니, 그 벤치에 앉게 되는 시기를 조금이라도 늦추고 싶은 것입니다. 왜 혼자 그렇게 앉아 있습니까? 역시 노년의 문제겠지요? "노년에 관하여"(키케로)라는 책 혹 읽어보셨습니까? 키케로는 흔히 '노년에는 큰일을 할 수 없다' '노년에는 몸이 쇠약해진다' '노년은 거의 모든 쾌락을 앗아간다' '노년이 되면 죽을 날이 멀지 않다'고 불평들을 하는데 그렇지 않다고 반박합니다. "노년에도 정치 활동과 정신 활동은 물론 농사일을 할 수 있다, 체력 저하.. 2024. 4. 22.
"이왕 가는 거 끌려가면 안 돼요" "가황(歌皇)으로도 불리는 나훈아가 추석 때 한 말들을 두고 자신이 하고 싶었던 말이라고 강조한 인물들이 여럿 있었습니다. 사실은 상식적인 내용들인데도 평소 잘 펼쳐보지 않았던 성전(聖典)의 몇 구절을 때맞추어 내놓은 것처럼 해석하게 되는 이유를 생각하게 했습니다. 거기에 대해서는 더 이야기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는 그간 불렀던 노래들과 함께 '테스형'이라는 노래도 불렀다는데 그 테스가 소크라테스라고 해서 가사를 찾아봤습니다('멜론 뮤직'). 어쩌다가 한바탕 턱 빠지게 웃는다 그리고는 아픔을 그 웃음에 묻는다 그저 와준 오늘이 고맙기는 하여도 죽어도 오고 마는 또 내일이 두렵다 아 테스 형 세상이 왜 이래 왜 이렇게 힘들어 아 테스 형 소크라테스 형 사랑은 또 왜 이래 너 자신을 알라며 툭 내뱉고 간 말.. 2020. 10. 9.
소노 아야코 《나는 이렇게 나이들고 싶다》2 - 계로록(戒老錄) 《나는 이렇게 나이들고 싶다》-소노 아야코의 계로록(戒老錄) 오경순 옮김, 리수 2004 전체적으로 받아들이기로 했지만 자극적인 문장이 눈에 띄는 건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 부분을 옮겨놓았습니다. 몇 가지 안 되는 것 같았는데 옮겨놓으니까 이렇습니다. * 서문에서 * 나는 극도로 개인적이고 이기적인 입장에서, 노인이 완전히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는 중증 치매에 대해서는 거의 공포감을 갖고 있지 않다. 내가 그렇게 되면 이미 나는 고통스럽지 않기 때문이다. 미안한 말이지만, 누군가가 이 점에 있어서 힘들다 해도 그것은 내가 알 바가 아니다. 그게 싫다면 내가 어딘가에 공공연하게 버려질 수도 있겠지만, 정신이 나간 상태이기 때문에 별로 외롭지도 괴롭지도 않을 것이므로 태연할 것이다.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내.. 2020. 9. 24.
《나는 이렇게 나이들고 싶다》1-소노 아야코의 계로록(戒老錄) 《나는 이렇게 나이들고 싶다》 소노 아야코의 계로록(戒老錄) 오경순 옮김, 리수 2004 이런 것들은 어떤 기준에서 열거된 것일지 생각해보았습니다. 가령, 젊은이가(혹은 젊은 시절에) 보기에 좋지 않다고 지적하고 싶은 노인의 행태, 혹은 젊은이들이 나중에 자신이 노인이 되었을 때를 가정하며 떠올려본 것들이라고 하면 어떨까 싶었습니다. 전에는 이런 것들을, 실력이 없어서 걸핏하면 이런 건 외워두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그런 걸 시험에 내는 교수의 시험 출제 예상 문제를 암기해두듯 하나하나 기억하고 싶어 했습니다. 지금은? 일일이 기억할 수 없으니까, 그게 불가능하니까 기억하려들지 않고 그저 전체적으로 받아들이고 싶어 하게 되었습니다. 1. 엄중한 자기구제 * 남이 ‘주는 것’, ‘해주는 것’에 대한 기대를 버.. 2020.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