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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이왕 가는 거 끌려가면 안 돼요"

by 답설재 2020. 10. 9.

 

 

 

"가황(歌皇)으로도 불리는 나훈아가 추석 때 한 말들을 두고 자신이 하고 싶었던 말이라고 강조한 인물들이 여럿 있었습니다.

사실은 상식적인 내용들인데도 평소 잘 펼쳐보지 않았던 성전(聖典)의 몇 구절을 때맞추어 내놓은 것처럼 해석하게 되는 이유를 생각하게 했습니다.

거기에 대해서는 더 이야기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는 그간 불렀던 노래들과 함께 '테스형'이라는 노래도 불렀다는데 그 테스가 소크라테스라고 해서 가사를 찾아봤습니다('멜론 뮤직').

 

어쩌다가 한바탕 턱 빠지게 웃는다
그리고는 아픔을 그 웃음에 묻는다
그저 와준 오늘이 고맙기는 하여도
죽어도 오고 마는 또 내일이 두렵다
아 테스 형 세상이
왜 이래 왜 이렇게 힘들어
아 테스 형 소크라테스 형
사랑은 또 왜 이래
너 자신을 알라며 툭 내뱉고 간 말을
내가 어찌 알겠소 모르겠소 테스 형
울 아버지 산소에 제비꽃이 피었다
들국화도 수줍어 샛노랗게 웃는다
그저 피는 꽃들이 예쁘기는 하여도
자주 오지 못하는 날 꾸짖는 것만 같다
아 테스 형 아프다
세상이 눈물 많은 나에게
아 테스 형 소크라테스 형
세월은 또 왜 저래
먼저 가본 저세상 어떤가요 테스 형
가보니까 천국은 있던가요 테스 형
아 테스 형 아 테스 형
아 테스 형 아 테스형
아 테스형 아 테스형
아 테스형 아 테스형

 

"죽어도 오고 마는 또 내일이 두렵다"

"세월은 또 왜 저래"

"먼저 가본 저세상 어떤 가요 / 가보니까 천국은 있던가요"

 

신문에서 가수의 말을 캡처해 놓은 걸 봤습니다(나훈아, 나이 73세에 이리 섹시할 줄이야…'가황의 트로트' 머니투데이 2020.10.01)

 

"제가 (소크라) 테스 형한테 '세상이 왜 이래'라고 물어보니, 테스 형도 '모른다' 카네요. 세월은 너나 할 것 없이 어떻게 할 수 없는 모양입니다. 이왕 가는 거 우리가 끌려가면 안 돼요. 우리가 세월의 모가지를 비틀어서 끌고 가야 합니다. 매일 똑같은 일을 하면 끌려가는 거고, 안 하던 일을 해야 세월이 늦게 갑니다. 여러분 저와 같은 마음 준비됐죠?"

 

"세월은 너나 할 것 없이 어떻게 할 수 없는 모양입니다."

"이왕 가는 거 우리가 끌려가면 안 돼요. 우리가 세월의 모가지를 비틀어서 끌고 가야 합니다."

"매일 똑같은 일을 하면 끌려가는 거고, 안 하던 일을 해야 세월이 늦게 갑니다."

 

늙는 것과 죽는 것 어느 것도 우리가 바라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가 바라지 않는 모든 것을 뛰어넘으려면 그것에서 도망쳐서는 결코 해결되지 않는다. 해결이란 직시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이 말은「나는 이렇게 나이 들고 싶다」(소노 아야코, 「계로록」)라는 책에서 보았습니다.

어느 책에선가 "두 눈을 부릅뜨고 바라보아야 한다"고 쓴 걸 본 적도 있습니다.

저 가수가 "세월의 모가지를 비틀어서 끌고 가야 한다" "매일 똑같은 일을 하면 끌려가는 거고, 안 하던 일을 해야 세월이 늦게 간다"고 한 것도 아마 그런 얘기일 것 같았습니다.

 

"그러니까 하루를 살더라도 즐겁게 살도록 해야 한다"는 말을 들으면 '그런가보다' 하고 귀를 기울이곤 했는데, 이번에는 오랜만에 저 가수가 나타나 아무래도 '하루를 살더라도 즐겁게!' 하고는 다를 것 같은 얘기를 해주어서 어떻게 하는 것이 그렇게 하는 것인지 알고 싶었습니다.

 

노래는 어느 것이나 다 좋은데 사람은 능글맞아 보여서 좋아할 수가 없는 가수였습니다.

'나는 능글맞은 걸 왜 싫어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