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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꽃잎3

이제 거들떠보지도 않네 정처(定處)도 의지도 없이 떠내려가고 있었다. 축제가 끝나버려서 사람들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저렇게 떠내려 간 것도 단 나흘 전이었는데 이미 추억은커녕 기억도 아니다. 그날 아침나절 나는 냇물을 따라 걸어내려가고 있었다. 나는 우산은 쓰고 있었다. 2024. 4. 19.
역시 덧없는 봄 눈 온 듯했다. 올봄은, 어제까지의 봄은 정말이지 무슨 수나 날 것 같았다. 끝까지 치솟을 것 같았고, 끝이 없을 것 같았고, 올해만큼은 이제 여름도 가을도 없을 것 같았다. 그러던 그 봄이 하룻밤 새 다 떨어져 무참히 깔려버렸다. 이제 이 허전한 봄을 어떻게 보내나... 덧없다. 이런 걸 가지고 덧없다, 속절없다 했는가 보다. 2023. 4. 5.
꽃잎 털어버리기 1 꽃잎이 떨어집니다. 저렇게 무너집니다. 어떻게 할 수가 없습니다. 2 떨어지는 꽃잎이 성가신 사람도 있습니다. 참 좋은 곳인데 그곳 청소를 맡은 분이 보는 사람이 나밖에 없다는 걸 확인하고 빗자루로 아예 아직 떨어지지도 않은 꽃잎까지 마구 털어버렸습니다. '참 좋은 곳'이어서 그 여성도 참 좋은 분 같았는데 그 순간 그녀가 미워졌습니다. 그녀를 떠올릴 때마다 괜히 '악녀' '마녀' '해고(解雇)'(아무래도 이건 아니지? 그럼 '경고'! 경고도 심하다면 '주의'!) 같은 단어들까지 떠올라서 속으로 미안하기까지 했습니다. 연전에는 단풍이 든 잎을 길다란 빗자루로 털어버리는 사람들을 본 적도 있습니다. 빗자루를 들었으니 그들은 그걸 "청소"라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3 그녀는 지금 그렇게 한 걸 후회하고 있.. 2018. 5.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