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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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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남 「사막」 사막 장석남 1 나를 가져 내 모래바람마저 가져 나를 가져 펼친 밤하늘 전갈의 숲 사막인 나를 가져 목마른 노래 내 마른 꽃다발을 가져 2 내가 사막이 되는 동안 사막만 한 눈으로 나를 봐 너의 노래로 귀가 삭아가는 동안 바람의 음정을 알려줘 내가 너를 갖는 동안 모래 능선으로 웃어줘 둘은 모래를 움켜서 먹고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없는 노래로 눕는 거야 나는 너를 가져 사막이 될 거야 나는 너를 가져 바람 소리가 될 거야 ..................................... 장석남 1965년 인천 덕적도 출생. 1987년 『경향신문』 등단. 시집 『새떼들에게로의 망명』『지금은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젖은 눈』『왼쪽 가슴 아래께에 온 통증』『미소는, 어디로 가시려는가』『뺨에 서.. 2024. 4. 11.
이 행복한 꽃길 웃으시겠지요. '나의 길'입니다. '행복의 길'. 그렇지 못한 날도 있겠지요? 그런 날은 이 생각을 떠올릴 것입니다. 함께 내려가고 올라옵니다. 이야기하며 걷다가 투스텝으로 뛰어가면 부지런히 뒤따라갑니다. 힘들다고 하면 '그 참 잘 됐다!'며 얼른 어부바를 합니다. 물론 우리의 소지품도 내가 다 든 채입니다. 저 꽃 터널 사진을 보다가 그렇게 오르내리는 우리의 모습을 그려보았습니다. 그런 장면을 누가 봐도 볼 텐데 그렇게 하면서도 부끄럽거나 쑥스럽진 않습니다. 나는 어쩔 수가 없는 인간입니다. 업혀서도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내가 힘들다고 할까 봐 걱정은 하지만 내색은 하지 않습니다. 그냥 나를 자꾸자꾸 불러줍니다. 우리가 그렇게 할 수 있는 날은 점점 줄어들겠지요. 그게 아쉽습니다. 그러나 그러면 또 .. 2018. 7. 11.
☆☆의 손편지 손으로 쓴 편지를 받았습니다.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옮겨놓기로 했습니다. 선생님께 일요일 저녁 8시 37분. 오늘처럼 볕이 좋은 날, 오후에 ○○대 잔디밭에서 내내 공을 차고 논 세 녀석은 버얼써 잠들었구요, 아이들 아빠도 출근을 위해 ◎◎으로 들어가고, 좀 이른 저녁시간이지만 대충 정리하고 방 한 켠 앉은뱅이책상에 앉는 행복한 순간이 왔습니다. 놀토가 더 피곤합니다, 저에게는. 금요일, 수목원에서 전화를 받던 그 순간을 몇 번이고 반복해서 생각해보곤 하면서, 문득 감정의 새싹이 돋듯 약간 간질거리면서 가슴이 충만해져오는 그런 경험을 했습니다. ‘이제야 비로소 선생님께서 여유가 생기시고 좀 자유로워지시니까 표현도 매우 free하시구나.’ 생각하면서 기분이 좋아지던데요. 선생님. 메일보다 손편지가 훨씬 제.. 2010. 5.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