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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교장선생님께7

교장실 비우기 -퇴임을 앞둔 교장선생님께 Ⅰ 교장실은 비우셨습니까? 아직 1월이니까 한 달이나 남았습니까? 그러지 마시고 얼른 비우시는 게 낫지 않을까요? 며칠 남겨 놓고 허둥지둥 하지 마시고 마지막 날 빈손으로 돌아가시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더 낫지 않을까요? 별것도 아닌데 담아보면 여러 박스가 되고, 펴보면 별것도 아닌데 교직원들이나 학부모들이 보면 '뭘 저렇게 가지고 갈까?' 의아해할 수도 있습니다. 댁에서도 '이런 걸 뭐하려고 가지고 오나……' 할 수 있으니까 기념패, 감사패 같은 건 웬만하면 쓰레기장에 버리고 돌아가시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그까짓 거 진열해 놓아 봐도 퇴임하면 봐 줄 사람도 없고, 마음이 허전한 사람이나 그런 것 너절하게 늘어놓는 거나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교직생활 몇 년째입니까? 40년? 41년? 42년? 생각하면 '내.. 2012. 1. 28.
새로 교장이 되신 선생님께 교장 선생님. 오랜만입니다. 교장이 되셨더군요. 오늘날 학교에서 이야기하는 모든 것이 거짓이 아니라면, 학교에서 제시하는 수많은 지표 중에서 아이들이 제일 좋아할 만한 것은 어떤 것이겠습니까? "성실한 인간이 되자"고 하면 어떻습니까? '성실한 인간?' 그런 반응을 보이지 않을까요? '그래, 이 참에 나도 한번 성실한 인간이 되어 볼까?' 그런 반응을 얻을 수 있는 지표일까요? 네댓 가지로 나누어 제시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말이 되는지 모르겠지만 다음과 같은 경우입니다. 1. 스스로 해결하는 실력 있는 어린이 2. 새로운 생각으로 탐구하는 어린이 3. 더불어 함께하는 예의 바른 어린이 4. 마음씨 곱고 몸이 튼튼한 어린이 # 저는 교장이 되었을 때 '학교 교육목표'라는 걸 아예 없앨까 한 적이 있습니다... 2011. 10. 29.
'교장선생님, 저 화장하는 아이에요'(2011.9.7) “교장선생님, 저 화장하는 아이에요” 놀라셨죠? ‘화장하는 아이가 웬일로?’ 그러셨죠? 교장선생님께는 면구스럽지만 사실은 요즘엔 마음이 한결 편해졌어요. 저처럼 화장하는 아이가 많아졌기 때문이에요. 이젠 웬만큼 표가 나도 괜찮겠다는 생각이기도 해요. 휴일에 동네 공원이나 시내 곳곳에 .. 2011. 9. 7.
'무너지는 학교'의 교장선생님께(2011.7.13) 교장선생님. 교실이 무너지고 있다고들 합니다. 대답을 듣기조차 조심스럽고 두렵지만, 그게 정말인가요? 교실이 무너지다니요? 그럼 학교가 무너지고 있다는 것 아닙니까? 학교가 무너지고 있다면, 그렇게 이야기해야 하는 게 사실이라면, 우리나라, 우리 국민의 미래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우리가 꼭 이룩해야 할 것이 있다면, 우리 국민이라면 어느 누구라도 부정할 수 없는, 절대적 가치를 지닌 과제가 있다면 그건 결국 ‘교육’을 통해서라야 성취할 수 있는 것 아닐까요? 까짓 거 교육이야 제대로 하든 말든 돈만 많으면 그 과제들을 잘 이루어낼 수 있다고 한다면, 그야말로 터무니없는 주장이 아닐까요? 한 가지 더 있습니다. 우리 국민이 함께 유지·계승해 나가야 할 우리만의 가치관이 있다면 그건 무엇으로 가능한 것일까.. 2011. 7. 13.
한 졸업생의 편지 아이들의 편지는 가볍게 여겼습니다. 담임교사가 편지쓰기 공부를 시킬 때 '교장에게 써볼까?' 생각한 아이들 몇 명이 쓴, 그래서 대부분 핵심도 없는 그저 그런 인사편지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 편지엔 자신이 결혼할 때 주례를 봐 달라는 내용도 적혀 있습니다. 그렇게 써놓고도 잊을까요, 이 아이도? 일부러 잊은 척할 수도 있습니다. 알고 봤더니 세상에는 이런 꾀죄죄한 사람이 아닌 '멋있는' 혹은 '고명한' 인물이 얼마든지 있기 때문입니다. '이 아이가 결혼할 때 내게 주례를 봐달라고 했지? 언제 연락이 오려나?' 어느 좋은 날, 이 아이가 결혼할 줄도 모르고 연락이 오기를 기다리며 세월만 갈지도 모릅니다. 헛물만 켜며 늙어가겠지요. 하하하~ 이 편지에는 그것 말고 내가 명심해야 할 사항도 들어 있었.. 2010. 2. 24.
어느 학부모의 작별편지Ⅱ 교육경력 41년의 마지막 한 주일 중 화요일이 가고 있습니다. 오전에는 한국교과서연구재단 이사회에 나갔고, 오후에는 그 재단에서 발행하는 계간 『교과서연구』지 편집기획위원회를 개최했습니다. 그 위원회는 제가 위원장입니다. 아직은 교장이니까 '출장'이고 이런 출장은 '여비 기권'으로 처리하고 있습니다. 회의에 참석한 교육부 직원이나 대학교수, 연구기관 학자 등 여러 사람들이 "교장선생님" "교장선생님" 하고 불러도 아직은 어색하지 않지만, 며칠 후면 당장 달라질 것입니다. 아직도 저를 보고 옛날처럼 "과장님" 혹은 "장학관님" 하고 부르는 사람도 있습니다. 어색한 것은 당연합니다. 쑥스러운 편지를 한 번 더 소개합니다. 이런 소개도 이제 앞으로는 없을 것입니다. 교장선생님께 안녕하세요. 학부모 대표 ○○○.. 2010. 2. 23.
어느 어머니의 작별편지Ⅰ- 어느 모임에서 '퇴임연'을 해준다기에 그 백화점 앞 한 식당에 갔다가 들어왔습니다. 교육경력 41년의 마지막 한 주일 중 월요일이 가고 있습니다. 그걸 아무도 심각하게 여겨주지는 않지만, 나로서는 무슨 글을 쓰자기도 그렇고, 무슨 생각을 깊이 해보기도 그렇고 참 어중간합니다. 그래서 지난 주에 받아둔 편지를 열어보았습니다. 이걸 소개하기가 쑥스러운 건 당연하지만, 이 '어중간한' 시간을 이 편지를 실어두는 것으로 메우려고 합니다. 편지를 소개하게 되었지만, 나는 이런 편지를 보면서 우리 학교 선생님들이나 누가 저를 '특별한 관점'을 가진 교장이라며 저에 대한 편지 같은 걸 좀 써주려니 했었습니다. 그건 착각이었습니다. 이 시간이 '어중간하다'는 것은, 나로서는 허전하고 쓸쓸하다는 의미입니다. 교장선생님!.. 2010. 2.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