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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교사의 길4

학교는 성공할 수 있을까?(2024.1.26) 신 교사 : 어떻게 지내세요, 선배님? 고 교사 : 응, 방학이니까 아무래도 마음이 좀 편하네. 신 선생은 어때? 신 교사 : 전 그렇지 못해요. 하루하루 개학이 다가온다고 생각하면 날짜 바뀌는 게 두려워요. 올해는 또 무슨 일이 있을까, 버텨낼 수 있을까 조바심을 느껴요. 고 교사 : 멋진 교사가 되자고 다짐하던 그 자존감은 어떻게 하고 그래? 신 교사 : 자신감이 떨어지니까 자존감은 저절로 사라져요. 그만두고 고시 준비할 용기 같은 건 없고 부모님 실망은 어떻게 하나 싶고 그렇다고 내가 이 좌절감, 절망감을 극복해낼 수 있을지 의심스럽고요. 고 교사 : 그 정도야? 어떤 일이 있었던 거야? 신 교사 : 그렇진 않고요. 그렇지만 학부모로부터 폭언을 듣고 민원을 받고 지나친 개입을 당하는 교사 이야기가 .. 2024. 1. 26.
선생님! 저 기억하시겠어요? (2021.9.24) "선생님! 저 기억하시겠어요?" 수십 년 만의 전화는 그렇게 시작된다. 내가 이미 중년이니 당신은 망령이 나서 날 기억이나 하겠나 싶은 걸까? 천만에! 속속들이 기억한다. 많이 성장하고 변해서 눈부신 존재가 되었다 할지라도 착각하진 말라. 그대들은 어린 시절 그 모습을 결코 지울 수 없다! 그래서 "야, 이 사람아! 기억하고말고!" 흥분한 척도 하지만 어떻게 나오나 싶어 "글쎄, 이게 누구지?" 능청을 떨 수도 있다. 이번 경우는 더구나 초등 1학년 담임으로 만났다. 사십 년도 더 지났지만 음성을 듣는 순간 그 모습, 성격, 에피소드 들을 떠올리며 "이 사람이 날 우스운 존재로 보네?" 하며 반가워했다. 반갑기만 한 건 아니었다. 녀석의 부모는 둘 다 학자였다. 녀석은 항상 단정했고 공부는 굳이 가르칠 .. 2021. 9. 25.
☆☆의 손편지 손으로 쓴 편지를 받았습니다.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옮겨놓기로 했습니다. 선생님께 일요일 저녁 8시 37분. 오늘처럼 볕이 좋은 날, 오후에 ○○대 잔디밭에서 내내 공을 차고 논 세 녀석은 버얼써 잠들었구요, 아이들 아빠도 출근을 위해 ◎◎으로 들어가고, 좀 이른 저녁시간이지만 대충 정리하고 방 한 켠 앉은뱅이책상에 앉는 행복한 순간이 왔습니다. 놀토가 더 피곤합니다, 저에게는. 금요일, 수목원에서 전화를 받던 그 순간을 몇 번이고 반복해서 생각해보곤 하면서, 문득 감정의 새싹이 돋듯 약간 간질거리면서 가슴이 충만해져오는 그런 경험을 했습니다. ‘이제야 비로소 선생님께서 여유가 생기시고 좀 자유로워지시니까 표현도 매우 free하시구나.’ 생각하면서 기분이 좋아지던데요. 선생님. 메일보다 손편지가 훨씬 제.. 2010. 5. 18.
오겡끼데스까? 학교에서는 환영회나 취임식, 그런 이름으로 회식을 할 때이군요. 3월 둘째 주니까요. 좋겠습니다. "얼른 해치워야 이레저레 좋다"며 지난주에 이미 '해치운' 학교도 있겠지요. 회식 하는 날, 교장(아래 편지에서는 '대빵')은 몇 차까지 따라가는 게 좋습니까? 나는 꼭 1차만이었는데, 처음에는 몇 차례 2차까지만 가자고 졸랐습니다. "교장이 따라가면 싫어한다면서요?" "교장선생님 같으면 괜찮아요." 그렇게 대답했지만 속아넘어가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더니 곧 조르지도 않게 되었습니다. 2차의 프로그램은 주로 어떤 겁니까? 노래방? 차 한 잔? 맥주로 입가심? 어떤 거라도 좋겠지요. 그곳에서 떨어져나갈 사람 떨어져나가고 3차까지 갈 '핵심인사들'이 구분되는 게 중요하니까요. 언젠가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아이.. 2010. 3.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