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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교사5

교사가 전문직인가? (202.11.24) 교사 출신이라 그런지, 의사가 환자의 검사 결과를 들여다보고 상태가 좋다고 하면 벌떡 일어서 "선생님, 감사합니다!" 하고 절을 하는 모습을 보면 그게 의사에게 감사할 일인가, 관리를 잘한 건 본인 아닌가, (혹은) 다른 의료진이 검사했는데 인사는 의사가 받는구나, 공연한 심술이 나고 의사는 좋겠다, 부러워하면서 교사 시절에 그런 인사를 받아봤는지 되돌아보곤 한다. 의사만도 아니다. 겨울철로 접어들었는데 수도 배관에 무슨 탈이 났는지 내내 잘 나오던 따뜻한 물이 갑자기 생각을 바꾼 듯 아무리 애를 써 봐도 헛일이면 내가 평소 이 간단한 것에도 관심이 없었구나 싶고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당혹감에 사로잡힌다. 그동안 일상생활이 그처럼 순조롭게 흘러온 데 대한 무관심이 벌을 받은 것처럼 약간의 죄책감도 느끼.. 2023. 11. 24.
다시 교장선생님께 (2023.9.1) 아무리 고귀한 지위에 있다 해도 교육자라기보다는 '우스꽝스러운 행정가'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반추해 보고 싶어 옛일을 떠올립니다. 교육자가 교육행정가보다 한 수 위라는 시시한 얘기는 아닙니다. 교장들을 한군데 다 불러놓고 부하 관료들과 함께 기세 좋게 등장한 교육감은 가관이었습니다. 박○○ 선수, 김○○ 선수 같은 인재를 길러내는 학교가 명품학교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인재는 장차 수십만 명을 먹여 살린다고도 했습니다. 한 시간에 걸쳐 단지 그 이야기를 해놓고는 의기양양 다시 그 관료들을 거느리고 바람처럼 사라져버린 강당은 썰렁하고 씁쓸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돌연 '명품학교'라는 단어가 혐오스러워져서 결코 그따위 학교를 만들어서는 안 될 것 같았습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여느 학생들을 행복하게.. 2023. 9. 1.
다시 태어나면 교사가 되지 않겠다는 선생님을 생각함 (2023.5.26) 그러실 줄 알았습니다. 요즘 같아서는 다시 태어나도 교사가 되겠다고 하셨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했을 것 같아서요. 그렇지만 선생님! 그런 줄 알면서도 정작 "다시 태어나면 결코 교사 따위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대답하셨다는 기사를 읽으며 쓸쓸하고 허전했습니다. 다시 태어날 리 없다는 걸 염두에 두신 걸까요? 우스개 같지만 정작 다시 태어나게 되면 그때 결정하기로 하고 이번 생에서는 속상하게 하는 아이들, 학부모들, 걸핏하면 섭섭하게 하는 행정가들 보라고 일부러 그렇게 대답하신 건 아니었을까요? 교사 생활이 쉬울 리 없지요. 누군들 짐작하지 못할까요. 말하기 좋아서 하는 말이 아니라 아는 사람은 다 알죠. 하필이면 행정가들은 잘 모릅니까? 그럴 수도 있지만, 그들도 맡은 일이 따로 있어서 그렇지 사실은 그.. 2023. 5. 26.
원옥진 「마음 가다듬기 연습」 원옥진 선생님은 교사 시절에 『아이사랑 http://www.talkwithkids.net/』이라는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지금은 그 사이트를 찾을 수가 없습니다. 거기에 「마음 가다듬기 연습」이라는 시가 실려 있었는데 당시 나는 그 시를 그냥 글이라고 했습니다(이 블로그의 2010.5.13일자). 그런데도 원옥진 선생님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것은, 내가 '아름다운 여성 교사는 아이들을 이런 마음으로 대하는구나' 생각하고 있고, 그 글에 나의 그 마음이 나타나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그래도 미안한 건 미안한 것이고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시가 뭔지, 뭐가 시인지도 모르네?' 부끄러워하며 여기 그 시를 다시 옮깁니다. 마음 가다듬기 연습 따뜻한 커피 마시기 너 참 괜찮은 녀석이야.. 2022. 9. 22.
존 테일러 개토 『바보 만들기』 존 테일러 개토 씀․ 김기협 옮김 『왜 우리는 교육을 받을수록 멍청해지는가 Dumbing Us Down 바보 만들기』 민들레, 2005 책을 들자마자 밑줄부터 긋기 시작했습니다. '머리말', '펴낸이의 말', '한국어판 펴낸이의 말'에서 이미 몇 군데나 그었고, '들어가는 말'에서는 더 많이 그었기 때문에 '내가 지금 옳게 읽고 있는가?' 싶어서 그때까지 밑줄 그은 부분을 다시 확인하기까지 했습니다. 말하자면 어쭙잖은 책에 이렇게 밑줄을 긋는다는 것은 스스로 좀 부끄러울 일 아닌가 싶었던 것입니다. 그것부터 옮겨보겠습니다. 토마스 무어가 2001년에 쓴 머리말에서 벌써 세 군데에 밑줄을 그었습니다.* 아버지 역시 존 개토가 통쾌하게 비판하는 완고한 관료주의의 앞에서 좌절감을 겪었다. 한 번은 아버지가 동.. 2009. 11.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