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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개망초5

박두순 「친구에게」 친구에게 박두순 친구야 너는 나에게 별이다. 하늘 마을 산자락에 망초꽃처럼 흐드러지게 핀 별들 그 사이의 한 송이 별이다. 눈을 감으면 어둠의 둘레에서 돋아나는 별자리 되어 내 마음 하늘 환히 밝히는 넌 기쁠 때도 별이다. 슬플 때도 별이다. 친구야 네가 사랑스러울 땐 사랑스런 만큼 별이 돋고 네가 미울 땐 미운 만큼 별이 돋았다. 친구야 숨길수록 빛을 내는 너는 어둔 밤에 별로 떠 내가 밝아진다. ................................................................. 그 망초꽃은 어떤 모습일까. 저 중에 닮은 것이 있지 않을까. 2023. 6. 28.
개망초 퍼레이드 저 작은 공원 소나무숲 이쪽 언덕은 개망초 동산이 되었다. 여름 가을도 좋고 쓸쓸한 겨울도 좋지만 요즘은 또 저렇게 들꽃 퍼레이드가 펼쳐져서 좋다 일주일에 두세 번 아침나절에 저곳을 다녀온다. 2킬로미터쯤? 올 때는 발이 무거워 걷다가 쉬다가 하며 겨우 돌아온다. 하필이면 왜 망초야, 개망초야. 계란꽃이라는 사람도 좀 있으니까 개망초보단 계란꽃 혹은 달걀꽃이 낫지 않을까? 하기야 어떤 소설가는 개망초꽃밭에서 만나고 헤어지는 애틋한 사랑을 그리긴 했지. 더구나 요즘 사람들은 개좋다, 개맛있다, 개사랑한다... 어쨌든 '개판 5분 전'이라고 할 때의 그 '개'를 좋은, 아름다운, 고마운, 사랑스러운 같은 의미로 바꾸어 놓았으니 개망초도 저절로 무방한 이름이 되어 버렸을까? 저런 꽃밭은 개인은 만들 수 없다... 2023. 6. 20.
성희의 생각, 성희 생각 (2) "아, 너무 아름다워요~" 성희 부부는 저 언덕에 수레국화와 함께 쑥부쟁이 씨앗도 뿌렸습니다. 봄에 새싹이 돋을 때 노인은 난감했습니다. 야생화와 잡초를 구분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수레국화는 한꺼번에 화르르 피어나서 '이건 꽃이겠구나' 했는데, '쑥부쟁이'의 정체는 오리무중이었습니다. 이름 첫 자가 '쑥'이어서 '아마도 쑥 비슷한 종류겠지?' 짐작만 했습니다. 지난해엔 저 언덕의 잡초를 뽑으며 쑥 비슷한 것이 있는가 잘 살펴보았습니다. 쑥은 흔했지만 쑥 비슷한 것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쑥은 쑥떡의 재료가 되니까 그냥 둘까 했는데 "그냥 두면 결국 쑥대밭이 된다"고 강조하는 이가 있었습니다. 노인은 말만 들어도 '쑥대밭'이 되는 꼴은 보기 싫었습니다. 쑥대밭이 되지 않도록 쑥은 잘 뽑고 개망초도 잘 아니까 개망초다 싶은 것도 고개를 .. 2022. 6. 20.
나는 아무래도 개망초를 제일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일주일에 서너 번씩은 이 개망초 밭을 바라봅니다. 그렇게 하면서 아무래도 나는 개망초과인 것 같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무슨 꽃을 좋아합니까?" 미팅 같은 건 내겐 이제 혹 저승에 가서나 있을지 모르지만 가령 그렇게 물을 때 뭐라고 답하면 좋겠습니까? "전 장미를 좋아합니다!" 그렇게 답하면 돋보이거나 어울리거나 그 외모조차 장미 같아 보이거나 할 사람이 적지 않겠지만 그게 바로 파란편지라니, 우습지 않겠습니까? 나 참 같잖아서... "저는 수선화를 좋아합니다" "저는 히야신스를 좋아합니다" "저는 붓꽃 마니아입니다" "저는 고흐처럼 해바라기 광입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국화를 좋아했습니다" "저는 자귀나무 꽃을 좋아합니다" "저는 저 여성스러운 수국을 좋아합니다" ...... 사실은 그동안 꽃을 .. 2021. 6. 28.
문효치 「개망초」 개 망 초 ― 황사 온 날 문 효 치 산책을 하다가 목에 가래가 걸려 무심코 뱉어 버렸더니 개망초꽃에 달라붙어 너울거렸다 그래도 개망초꽃은 웃고만 있었다 천성이 좋은 건 지 부아를 꾹꾹 누르고 있는 건 지 제 얼굴에 오물을 뱉었는데도 웃고만 있다 흔하디 흔한 풀꽃인데 정말 흔치 않은 웃음으로 나를 가르치고 있다 남 가르치는 일이 내 직업인데 오늘은 도리어 또 한 수 배우게 되었다 『현대문학』 2014년 9월호, 179쪽. 시인의 얘기는 분명해서 듣기 거북할 건 없습니다. 더구나 진실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그런 줄 알면서도 그렇게 하기가 어렵습니다. "내 마음도 저와 같다"고 해버리면 좋겠지만 무슨 소득이 있겠습니까? 죽으면 죽었지 내게 가래침 뱉는 꼴을 그냥 봐 넘길 수는 없습니다. 어떻게 너.. 2014. 11.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