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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최근의 우리 아파트 숙녀들

by 답설재 2026. 4. 6.

 



그녀들은 나 같은 노인은 안중에도 없는 듯 지나가거나 말거나 길을 막고 서서 지껄여 대고, 그러면서도 자기네들끼리는 밉상이 되지 않으려고 아니면 외톨이가 될까 봐 전전긍긍이고, 또 뭐가 있지? 일일이 열거하면 한이 없을 것 같았는데 생각이 잘 나질 않네? 어쨌든 종합적으로 말해서 도무지 마음에 들지 않는데 (되는대로 말해버리면 지랄맞다고 하면 적당해서 속이 시원할 것 같은데) 희한한 일이지, 요즘은 완전 딴 동네 숙녀들 같다.


벚꽃이 펴서 그렇다.
다른 이유는 없다! 있을 리가 없다!
숙녀들은 저 길을 오르내리며 미소 짓고 걸핏하면 웃으며 이야기한다.
다 인정하는 사실이지만 여자들이 웃으니까 세상이 환해진다.
웬 여자들이 옷도 좀 가볍고 화사하고 하여간 아름다운 데다가 얼굴들도 예쁜데 화장까지 하고 미소 지으며 인사하니까 나로 말하면 아주 좋은 동네로 이사 온 느낌이다.


유감스러운 건 저 꽃이 결국 며칠 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럼 저 여인들이 도로 시무룩해지겠지?
올봄엔 그게 살짝 걱정스럽다.
한번 상냥해진 숙녀들은 영영 시무룩해지지 못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들에게 그걸 요청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겠지?
여자의 변심은 무죄라는 걸 모르느냐고 쏘아붙이면 무안하기만 하겠지?
그렇다면 이 동네를 아예 꽃 피는 동네로 바꾸면 좋겠네.

그러면 참 좋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