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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강아지들에 대한 의문

by 답설재 2026. 4. 1.

쳇봇이 그려주는 그림을 보는 순간 나는 매번 당혹감을 느낀다. 이 사람이 항의하면 어쩌지? 가공의 인물이므로 상관없다는 건 그다음에 떠오르는 생각이다.



산책을 나온 '애완견'이 보이면 걸음을 멈춘다.
반려견이라고 해야 하나? 강아지는 사라진 말일까? 사랑스럽게 키우며 살면 애완견이고, 서로 정답게 지내는 것이 중요하다면 반려견이고, 내겐 강아지가 아닐까? 모르겠다.
애완견 중에는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 나를 바라보는 녀석도 있다.
나는 생각한다. 나는 아무래도 개 체질이야. 저것 봐! 알아보잖아.

애완견들은 저 혼자서 야단법석일 때도 있다.
목줄이 있거나 말거나 길길이 뛰어오르기도 하고 '전력달리기'를 시도하기도 한다. 그래봤자 당장 앞발이 허공으로 치솟기 때문에 저러다가 근육이나 뼈를 다쳐서 정형외과에 가야 하는 것 아닐까 걱정스러워진다. 쳐다보지도 않는 주인 소관이지만.

정형외과에는 내가 먼저 가게 될지도 모르겠다. 나는 지난해 여름에 너무 심하게 쓴 팔의 관절인지 근육인지가 고장 나서 지금도 아프다 말다 하는데 이제 와서 온몸을 말끔하게 다듬어서 뭘 할까 하고 병원 치료는 아예 포기했다. 정말로 아플 때는 진통소염제를 먹어야 하기 때문에 상비약으로 비치해 놓고 고통스러울 때만 먹는다. 아직은 더 써먹어야 할 것 같은데, 당기거나 미는 건 괜찮고 드는 것만 힘들어서 커피잔도 못 들 때가 있다. 그럴 때 나는 개만도 못하다.

강아지들은 가로수 아래나 풀숲 주변처럼 흙이 드러난 곳으로 달려가서 흙냄새를 맡는다.
강아지들은 흙 체질인가?

소변이 급하지도 않으면서 한쪽 뒷다리를 발랑 쳐들고 '쉬'를 하기도 한다.
쉬가 나오긴 나오나? 나는 유심히 바라본다. 전에는 그렇게 쉬를 해놓고 돌아서서 뒷다리로 흙을 끼얹는 시늉을 하는 강아지를 많이 봤는데, 요즘은 그 짓을 하는 녀석을 보기가 힘들어졌다. 온 세상을 시멘트로 처발라서 이제 그래봤자 발톱만 아프지 소용없다는 걸 깨닫고 포기한 걸까?

정말로 기이한 건 유모차에 올라앉아서 놀이공원 관광열차를 탄 아이들처럼 아파트 정원 곳곳을 구경 다니는 애완견들의 모습이다.
아주머니는 어린애를 태웠을 때처럼 정성스럽게 밀어주고 녀석들은 천연덕스럽게 올라앉아 미동도 않고 얌전히 구경만 한다.
녀석들은 달리고 싶지 않을까? 운동 좀 하고 싶지 않을까?
흙냄새를 맡고 싶지 않을까?
'쉬'는 집에 가서 하는 걸까?
그렇게 유모차를 타고 돌아다니다가 집에 들어가도 오늘 산책 한번 잘했네, 생각하는 것일까?
아주머니는 왜 목줄 매고 산책시키지 않고 저렇게 유모차에 태우고 다닐까?
운동이고 뭐고 애완견 발이 더러워질까 봐?
나는 산책 나온 애완견 중에서 유모차 타고 다니는 녀석들에 대해 참 궁금하다.
그렇긴 하지만 개 주인에게나 AI에게 단 한 번도 그런 질문을 해 본 적은 없다.
그런 의문은 별로 풀고 싶지가 않다. 과학적인 건 질색이다. 그냥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