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벚꽃은 4월 중순 어느 날 하루쯤 만발하고 하루쯤에 진다.
곁에서, 그 아래에서 바라보는 건 나 혼자다.
나 혼자여서, 더 어떻게 할 수 없도록 만발하면 나는 마음이 들떠서 일손이 잡히질 않고, 나 혼자여서 화르르 떨어질 때 나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서 '꽃잎이 지네' '꽃잎이 지네' 종일 그 생각만으로 바라본다.
바람이 불면 한꺼번에 수십수백 장이 떨어져 흩날리지만 그 꽃잎들은 제각기 떨어져서 제각기 가야 할 길을 가므로, 꽃잎들은 단 한 장도 다른 꽃잎과 함께 가질 않으므로, 나는 모든 꽃잎을 한 번씩은 다 바라봐 주고 싶은 헛된 욕망, 이룰 수 없는 책무성을 느낀다.
그것이 ─ 그렇게 바라보는 것이 ─ 피어나서 가버리는 꽃잎들에 대한 벚나무 임자로서의 도리일 것으로 여긴다.
바람 한번 불면 꽃잎들은 너도나도 떨어지므로 바람 몇 번 불면 저 꽃잎들 다 떨어질 것 같지만 그렇지는 않다. 그것들은 그렇게 종일 떨어진다. 하루쯤은 종일 섭섭해해야 한다.
벚꽃 만발해서 사랑처럼 지는 그날, 나는 그렇게 바라보는 일에 매진해야 한다. 그것은 벚나무 임자로서의 나의 각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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