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실공히 노인이 되었고, 발버둥을 치는 것이 아닌데도 살아가는 일이 쉽지 않고, 구차할 때도 있고, 조심스럽기도 하고, 어쨌든 어렵다.
2011년 봄 어느 신문에 연재 중인 '인터넷 유머'에서 '나이'에 관한 내용 일부를 메모해 둔 것이 있어 다시 봤다.
그대로 복사해 둘 걸 그랬다 싶어서 그 신문의 '인터넷 유머' 코너를 저녁 내내 들여다봤지만 허사였다. 밤이 이슥하도록 다른 재미있는 유머들에 몰두하는 어처구니없는 일만 했다.
70세 : 무슨 일을 할 때마다 '마지막인가'를 생각하는 나이
72세 : 뭘 하려고 하면 주변 사람들이 괴로워하는 나이
74세 : 미물도 사랑스러운 나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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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세 : 한국말도 통역을 해주는 사람이 필요한 나이
하필 그 나이가 되면 그렇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 어쨌든 이런 식으로 얘기한다면 노인들을 섭섭하게 할 것은 당연하다. 그러지 않아도 소외감을 느끼고 걸핏하면 섭섭한 세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말도 통역을 해주는 사람이 필요한 나이?
얼른 혹은 잘 알아듣지 못한다는 뜻이겠지.
나는 88세가 되려면 한참 있어야 하는데 벌써부터 그런 취급을 받기도 한다.
누구로부터?
당연히 아내로부터다. 예를 들면 이렇다(굵은 글씨는 큰 소리).
"박수홍이가 &^%$*@#!$"(아내)
"복숭아가?"(나)
"......"(아내)
"천도복숭아?"(나)
"에이......"(아내)
마주 앉아 있지 않을 때 무슨 말을 하면 되묻게 되고 그럴 경우 기이하게도 서너 번을 되풀이해도 얼른 파악되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러면 어떻게 되나?
아내는 나를 한심해하고, 나는 나대로 무슨 말을 알아듣지도 못하게 하느냐고 섭섭해한다.
그러다가 나는 마음을 바꾸었다. 섭섭해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그냥 알아들은 체하거나 빙그레 웃고 말거나(바보 같겠지만) 아예 반응을 하지 않거나 나중에 따로 묻거나, 방법은 많다.
문제는 아내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이다.
에이, 저 한심한 ( ).
에이, 저 바보.
에이, 저 귀조차 일찌감치 늙어버린 ( ).
어쨌든 통역이 필요하다며 웬 한국인을 한 명 채용할 리는 없으니 그 점은 안심이다. 이럴 땐 경제적으로 넉넉지 못한 것이 다행이다. 복권 당첨이 되면 또 다른 상황이 전개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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