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직에 있을 때 나는 컴퓨터 강습을 받지 않았다.
무슨 핑계를 대고, 무슨 수를 써서라도 기피했다. 그래서 지금도 여러 가지 기능에 대해 잘 모르고, 이 자판의 맨 윗줄이나 우측 부분은 무용지물이다. 타자 기능도 혼자서 익혔지 물어서 배운 건 아니다.
그렇긴 하지만 그까짓 걸 가지고 후회한 적은 없다.
아이들은 아예 가르치지 않아도 다 안다. 어느새 알고 있다.
일취월장 진보하고 있다. 답답하면 걔네들에게 물으면 된다. 학교에서 컴퓨터 강습이나 핸드폰 강습을 받아서 그런가? 천만에! 그냥 두면 된다.
직장에서든 어디에서든 젊은이들은 다 꿰고 있다.
상사나 선배가 무슨 얘길 하려는지 서두만 꺼내면 알아챈다. 상대의 권력과 지위 같은 것 때문에 그저 참고 듣는다.
그들은 늙은이들이 주름잡는 모임을 싫어한다. 이미 들은 얘기를 또 듣고 또 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버트런드 러셀 말마따나 늙은이가 한 시간 옛 무용담을 늘어놓고 숨 쉴 틈을 노려 겨우 한 마디 하려고 들면 그 늙은이는 금방 "자네가 그 얘기를 꺼내니까 이런 일이 생각나는구먼" 하고 말머리를 자른 뒤 또 한 시간 제 자랑을 늘어놓는다.
그 늙은이들이 걸핏하면 위기의식이 망하느니 해도 세상은 점점 발전한다.
똑똑한 젊은이들에게 아예 다 맡겨도 좋지만 기득권을 놓지 않을 뿐이다. 그 기득권을 놓는 즉시 퇴물이 되는 걸 다 알고 있기 때문이다.
후배들이 더 똑똑하다는 건 실없는 주장이 아니다.
여기 그 근거가 있다(스티븐 핑거,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에서).
믿거나 말거나, 우리는 정말로 더 똑똑해지고 있다. 1980년대 초, 철학자 제임스 플린은 유레카의 순간을 경험했다. 지능 지수(IQ) 검사를 판매하는 회사들이 주기적으로 기준을 조정한다는 사실을 안 순간이었다. 정의상 IQ의 평균은 100이다. 그러나 질문을 몇 퍼센트나 맞혀야 평균이 되는가 하는 문제는 질문의 난이도에 따라 달라진다. 지능 검사 회사들은 어떤 공식을 써서 정답률 척도를 IQ 척도에 얹는데, 공식은 계속 이상을 일으켰다. 수십 년 동안 평균 점수가 착실히 높아졌기에, 평균을 100으로 맞추려면 이따금 공식을 손질해서 이전보다 더 많은 문항을 맞혀야만 일정 IQ 점수를 얻도록 바꿔야 했다. 그러지 않으면 IQ 인플레이션이 일어날 것이다.
플린은 이 인플레이션이 그저 쫓아야 할 골칫거리만은 아님을 깨달았다. 그 현상은 최근의 역사와 인간의 마음에 대해서 중요한 무언가를 알려 주고 있었다. 후세대들은 전 세대들과 똑같은 질문을 받았을 때 더 많이 맞혔다. IQ 검사가 측정하는 능력이 무엇이든, 그 점에서 후세대들이 더 나아진 것이다. 20세기 대부분의 기간에 전 세계에서 IQ 검사가 대규모로 시행되었으므로, 한 나라의 지능 점수 변화는 쉽게 도표화할 수 있다. 플린은 전 세계를 뒤져서 오랜 기간 동일한 IQ 검사를 실시한 경우, 혹은 점수 산정 기준을 알기 때문에 여러 수치들을 같은 기준으로 비교할 수 있는 경우의 데이터를 수집했다. 결과는 모든 표본이 다 같았다. IQ 점수는 계속 높아져 왔다.* 1994년에 리처드 헤른스타인과 정치학자 찰스 머리는 이 현상을 플린 효과라고 명명했고, 이 이름은 지금까지 살아남았다.**
* Flynn, J. R. 2007. What is intelligence? Cambridge, U.K.: Cambridge University Press., p. 2; Flynn, J. R. 1987. Massive IQ gains in 14 nations: What IQ tests really measure. Psychological Bulletin, 101, 171~191.
** Herrnstein, R. J., & Murray, C.1994. The bell curve: Intelligence and class structure in American life. New York: Free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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