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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즐거운 장보기

by 답설재 2025. 11. 4.

 

 

 

 

오래전부터 아내와 함께 일주일에 한두 번씩은 꼬박꼬박 마트에 다녀왔다. 한창 때는 자주 양재 하나로 마트도 다녔고 더러 일산 하나로 마트도 가보았다.

지금 생각하면 꿈만 같다.

그때만 해도 어느 마트 벽에 손가락만 까딱하면 문 앞까지 다 갖다 주겠다고 써붙였었는데(그래서 곧 "저렇게 써붙였는데도 왜 자꾸 직접 사러 오나?" 따질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그 부탁이 지금은 보이지 않아서 마음이 놓인다.

부탁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손가락을 잘 까딱까딱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 사람들은 물건을 구입하러 다니지 않고 손가락만 까딱대며 훨씬 더 편하게 살고 여유롭게 지내나?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우리 아파트의 저 집은 가족이 다섯 명으로, 오후만 되면 택배 물품이 저렇게 쌓이게 되지만 저 집 젊은 부부는 얼굴 보기가 힘들고 만나면 다정하게 인사를 나누긴 하지만 늘 분주한 것 같고 지친 듯한 표정이어서 조금 긴 이야기는 아예 생각도 못한다.

 

이렇게 살면서 모두들 어디로 가고 있는지 나는 모른다.

뭐 하려고 그러는지도 나는 모른다.

 

이렇게 물건을 집 앞까지 갖다 주는 건 그리 오래된 일은 아니지만 저런 모습을 볼 때마다 이렇게 하는 것이 그리 오래가진 않을 것 같고, 곧 무슨 다른 수가 나야 할 것 같은 느낌이다.

그런 느낌을 주는 일은 많다.

자동차들이 우루룽거리며 다니는 것도 그렇다.

그런 사례들을 많이 열거하고 싶지만 귀찮다. 사실은 (귀찮기도 하지만) 말썽이 날까 봐 조심스럽기도 하다

 

우리는 요즘은 대체로 일주일에 한 번씩만 마트에 다녀온다. 그때보다 늙었기 때문이다.

마트에 갔을 때 구입하지 않은 건 우리도 손가락을 이용해서 택배를 시키거나 내가 직접 우리 동네 중심지의 마트에 내려가서 사 온다.

즐거운 건 물론 아내와 함께 마트에 다녀오는 일이다.

나는 오래 전부터 한쪽 손목이 고장 났고, 다른 쪽은 지난여름 팔뚝과 엘보가 고장 났지만(그런대로 몇 년은 더 써먹겠지) 그래도 아내보다는 낫다. 아내는 좀 거들려고 덤벼들기 일쑤지만 내가 가로막아버리면 뭐라고 투덜대다가 그만둔다. 

 

장을 봐오는 날은 오는 길에 조촐한 외식을 한다. 식당은 네 곳이고, 메뉴도 고정되어 있다. 우리는 이제 따뜻한 국물을 좋아한다. 국물이 없거나 미지근한 건 싫다.

거듭 말하지만 그 시간이 나는 즐겁다.

몇 번을 더 다녀올 수 있을지는 모른다. 모르니까 즐거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