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학교교육

내가 열렬히 전하던 말

by 답설재 2025. 5. 3.

지난겨울, 저곳은 숲이 아니어서 아무것도 궁금하지 않았었다.

 

 

 

가장 심층적인 의미에서 볼 때, 언제나 교육은 앎에 관한 것이기보다는 행동에 관한 것이었다. 아리스토텔레스("우리가 뭔가를 할 수 있기 전에 배워야 하는 것들을, 우리는 그것을 함으로써 배운다")에서부터 갈릴레오 갈릴레이("누군가에게 뭔가를 가르칠 수는 없다. 당신은 오직 그가 스스로 그것을 발견하는 것을 도울 수 있을 뿐이다"), ("나는 듣고 잊어버린다. 나는 보고 기억한다. 나는 하고 이해한다"), 아인슈타인("지식의 유일한 원천은 경험이다")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학자들이 그 점을 지적해 왔다. 그럼에도 학교는 이 지혜를 무시해 왔고, 존 듀이의 말에 따르면 '퍼부어서 가르치는' 쪽을 선택해 왔다.

 

 

나는 로저 샨크(Roger C. Schank 카네기멜론 대학 컴퓨터학 교수, 인공지능 연구)의 이 말을 전적으로 신뢰했다. 이보다 명쾌한 주장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이 문장을 발견하고는 한참동안 그대로 앉아서 이 말의 의미를 곱씹고 늘 염두에 두기로 다짐했다.

 

로저 샨크의 이 문장은 그의 에세이 「우리는 더 영리해지고 있는가?」에 들어 있고, 이 에세이는 똑똑한 사람들의 글을 모아 책을 만드는 일에 열정적인 존 브록만의 《앞으로 50년 The Next 50 Years - Science in the First Half of the Twenty-First Century》에 들어 있다.

이 책은  2002년에 출판되었고 그해 가을에 당장 번역되어 우리나라에 들어왔다.

 

로저 샨크의 에세이를 중심으로 밑줄 쳐 둔 문장은 많다.

 

 

인공 지능이 일상 생활에 쓰이는 장치로 등장할 때에도 같은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기계가 흔히 쓰이게 되고 우리가 알고 싶어 하는 것에 무엇이든지 대답할 수 있게 될수록, 우리가 각 개인에게 부여하는 가치들 중 지식의 창고로서의 가치는 줄어들 것이다. 동네에서 가장 많이 아는 사람이 나눠줄 정보를 갖고 있으며, 다른 사람들은 앉아서 그 정보를 암기해야 한다는 개념에 바탕을 둔 학교라는 낡은 개념은 새로운 지식 습득 개념으로 대체될 것이다. 지식은 더 이상 습득해야 할 상품으로 여겨지지 않을 것이다. 쉽게 얻는 것은 사회에서 평가 절하되기 마련이며, 그 점에서는 지식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나는 이 책에서 본 문장들을 교원들에게 강의할 기회가 있을 때마다 꼭 이야기했기 때문에 내 강의를 거듭 들었을 사람은 '저 사람은 저 이야기를 이 강의에서도 하는구나' 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들은 이제 나의 그 이야기들을 거의 기억하지 못하게 되었고, 나도 이제 이 말을 전하고 내 생각을 부연할 기회가 전혀 없게 되었다.

그 생각을 하고 여기에 다시 옮겨 써두게 되었다.

 

 

...............................................

닐(Neill, Alexander Sutherland 1883~1973) : 영국의 교육자, 제도화된 학교 관리 교육을 날카롭게 비판하고 1921년 서머힐을 세워 철저한 자유 교육을 실천하였다. 《문제 아동》《문제 부모》《문제 가정》《서머힐》 등의 저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