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금요일 오후, 라디오 방송으로 쓰레기 더미를 파헤쳐 돈을 찾아준 환경미화원 인터뷰를 들었다.
세종시였던가?
어느 어머니가 아들 수술비 2천6백만 원이 든 봉투를 쓰레기인 줄 알고 버렸더란다. 환경미화원들은 압축이 끝나 곧 분쇄기로 들어갈 쓰레기 24톤을 수작업으로 파헤쳐 8시간 만에 1800만 원쯤을 찾아주었는데 할머니 가족이 사례를 하고 싶어 하자 단호히 거절했다는 것이었다.
다 듣긴 했지만 들으며 '딴생각'을 좀 하느라고 얘기가 어렴풋하다.
'딴생각'이란 돈의 구실에 대한 것으로, '두 가지 사람'을 극명하게 구분하는 '정밀한 척도'라는 생각, 두 가지 사람이란, 돈에 눈이 먼 상태에서 돈을 모으는 사람과 그 돈을 자신의 인격 아래에 두는 사람이란 생각이다.
즉 돈을 자신을 포함한 사람보다 높이 생각하는 경우와 돈을 자신은 물론 다른 모든 사람보다는 낮게 생각하는 경우인데, 물론 그 두 가지에 들어가지 않는 사람도 무수히 많다. 다만 그 두 가지 사람에 속하는 사람들은 그 돈으로써 구분해 낼 수 있다는 의미이다.
내 생각은 그렇다.
돈을 사람보다 중하게 여기는 사람은 본인도 괴로움 속에 살면서 주변 사람들도 골병이 들어 살아가게 한다.
책은 어떤가?
책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쓰레기 분리배출을 하는 날 얼마든지 읽을 수 있는 책을 '아낌없이' '과감하게' 갖다 버리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책이라면 지긋지긋하고 꼴도 보기 싫어진 사람(이런 사람은 거의 없을 것 같고),
책이 많아서 주체를 할 수 없는 사람,
책의 양과 주거 공간을 대조해서 균형을 맞추려는 사람,
그 책들을 다 읽어서 갖고 있을 필요가 없게 된 사람(나는 집이 줄어들어서 속으로 울며 버리고 또 버렸지만, 집이 구십 평쯤으로 넓디넓다면 기념 혹은 기분으로라도 다 갖고 있었을 것이다. 책은 등표지만 봐도 기분이 좋아진다),
이런 책을 갖고 있느냐고 누가 보면 깔볼 것 같아서 남몰래 슬쩍 버리는 사람,
또 있겠지? 더 열거할 수 있겠지?
돈보다 훨씬 더 값진 물건이 책일지도 모른다.
확실하진 않다.
사람에 따라 다르기도 할 것이다.
꼭 알고 싶지는 않다. 굳이 알아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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