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이 열흘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기이한 느낌이다.
당황스럽기도 하다. 미래라기보다 2025년이 그렇다.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과거에 짓눌려 있다.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인데 거기에 매여 있다니...
내 미래는 준비할 수 없는 것이다. 뭘 준비하고 말고 하겠는가.
그저 떠밀려가고 맞이할 뿐이다.
김성중 작가가 쓴 것처럼 시간은 거짓말처럼 흐른다.
우리에게 정말로 놀라웠던 것은 동결된 백 년이 아니라 그 후에 시간이 거짓말처럼 다시 흘렀다는 것이다. 그걸 알았더라면 백 년을 지혜롭게 썼을 텐데, 대부분 '이게 진짜야?' 하는 마음으로 탕진하면서 세월을 보낸 것이다. 부메랑처럼 돌아오는 시간의 역습으로 인해 그다음은 생을 온전하게 이어나가기는 쉽지 않았다. 백 년 간 저질러놓은 수많은 일들……. 그 후 대규모의 자살자가 나온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죽을 수 있게 되자마자 허겁지겁 목숨을 끊은 사람들은 사는 일에 진저리가 난 것 못지않게 자기 과거에 짓눌려 있는 사람들이었다.
― 김성중(중편소설) 「이슬라」(『현대문학』 2018년 2월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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