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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열흘쯤밖에 남지 않았다니...

by 답설재 2024. 12. 19.

 

 

 

2024년이 열흘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기이한 느낌이다.

당황스럽기도 하다. 미래라기보다 2025년이 그렇다.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과거에 짓눌려 있다.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인데 거기에 매여 있다니...

내 미래는 준비할 수 없는 것이다. 뭘 준비하고 말고 하겠는가.

그저 떠밀려가고 맞이할 뿐이다.

김성중 작가가 쓴 것처럼 시간은 거짓말처럼 흐른다.

 

 

우리에게 정말로 놀라웠던 것은 동결된 백 년이 아니라 그 후에 시간이 거짓말처럼 다시 흘렀다는 것이다. 그걸 알았더라면 백 년을 지혜롭게 썼을 텐데, 대부분 '이게 진짜야?' 하는 마음으로 탕진하면서 세월을 보낸 것이다. 부메랑처럼 돌아오는 시간의 역습으로 인해 그다음은 생을 온전하게 이어나가기는 쉽지 않았다. 백 년 간 저질러놓은 수많은 일들……. 그 후 대규모의 자살자가 나온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죽을 수 있게 되자마자 허겁지겁 목숨을 끊은 사람들은 사는 일에 진저리가 난 것 못지않게 자기 과거에 짓눌려 있는 사람들이었다.

 

― 김성중(중편소설) 「이슬라」(『현대문학』 2018년 2월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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