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럴까? 재미있을까? 남의 일이니까? 글쎄, 아주 가까운 주변 사람의 일인데도 우울하게 들리진 않는다. 나는 내 몸무게가 아무래도 정상범위를 넘어선 사실을 결코 우울하게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다. 밝게? 재미있게? 그건 가능하다. 먹는 얘기는 아득한 옛날부터 일단 흥미로운 것이어서일까? 모르겠다. 나는 사실대로 말하면, 먹는 이야기, 식이요법 실패 이야기는 성공담보다는 훨씬 재미있다. 성공담 같은 건 듣고 싶질 않다.
알베르 코엔이 어머니의 식이요법 실패담을 재미있게 이야기해 놓은 걸 보고 '그렇지!' 싶어서 옮겨 썼다.
그녀는 의지가 강하지 못했다. 식이요법을 계속하지 못했고, 심장병 때문에 해마다 몸이 불었다. 그렇지만 그녀는 주네브에 올 때마다 작년보다 체중이 몇 킬로나 줄었다고 주장했다. 나는 그 말이 틀린 거라고는 말하지 않았다. 사실 마르세유를 출발하기 몇 주일 전부터 그녀는, 날씬한 몸이 되어 나를 기쁘게 하려고, 거의 굶다시피 하며 식사량을 줄였다. 그러나 아무리 노력해도 늘어나는 체중만큼은 도무지 줄어들지 않았다. 그래서 점점 몸이 불어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녀는 항상 날씬해진다는 근사한 환상에 빠져 있었다.
그녀는 주네브에 올 때면 식이요법을 반드시 지키겠다고 굳은 결심을 했다. 그러나 언제나 그 결심을 위반했고, 위반한다는 의식조차 없었으며, 위반은 특별한 경우뿐이라고 주장했지만, 그 특별한 경우라는 게 일상적으로 반복되었다. "파이가 잘 되었는지 조금만 맛을 봐야겠구나." "이 편도케이크는 상관없을 거야. 얘야, 눈꼽만큼만 맛을 보면 목구멍에 넘어갈 것도 없겠지?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많이 먹고 싶어질 테니까, 미리 조금만 맛보는 게 나을 거야. 입맛이 당길 때 조금 먹어두지 않으면 결국 더 뚱뚱해진다는 걸 모르니?" 내가 커피에 설탕을 넣지 말라고 하면 그녀는, 설탕을 살을 찌게 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물에 설탕을 넣으면 없어져버리잖니." 약국의 체중기가 몸무게의 증가를 가리키면 그녀는 체중기가 고장난 거라거나, 그 위에서 몸을 너무 움직였기 때문이라거나, 모자를 쓴 채 올라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푸짐한 식사를 할 경우에도 언제나 그럴듯한 이유를 붙였다. 어떤 날은 막 주네브에 도착했으므로 그런 멋진 날에는 축하를 해야 한다거나, 또 어떤 날은 좀 피곤하니까 설탕을 친 튀김요리가 몸에 좋다는 것이었다. 또 다른 날에는 아버지에게서 다정한 편지를 받았으므로, 또 며칠 후에는 편지를 받지 못했으므로 역시 잘 먹어야 했다. 또 다른 경우에는 며칠 후에 주네브를 떠나게 되니까 잘 먹어야 했다. 또 어떤 때는, 자신이 식이요법 때문에 나까지 덩달아 부실한 식사를 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붙였다. 그리고는 코르셋을 꼭 조이면, 그것으로 만사해결이었다. "뭐 어떠니, 내가 결혼할 아가씨도 아닌데."
그러나 내가 나무라기라도 하면 그녀는 진심으로 내 말을 믿고, 곧 병이라도 날까봐 걱정을 태산같이 했고, 여섯 달 동안만 식이요법을 착실히 하면 패션모델처럼 날씬한 몸매가 될 것이라고 하면, 또 그 말을 그대로 믿었다. 그리고는 하루종일 그 생각을 하면서 식사를 참고, 날씬한 몸매가 주는 수많은 기쁨을 쓸쓸히 상상했다. 갑자기 그 모습에 측은해진 내가 그런 일들이 아무 소용없으리라는 생각이 들어서, 결국 식이요법도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말하면, 그녀는 금세 열렬하게 내 말에 동의했다. "얘야, 살을 뺀다는 이 식이요법이라는 게 우울증을 생기게 하고, 결국은 살을 더 찌게 만들 뿐인 것 같구나." 나는 그러면 어디 좋은 식당에 가서 저녁을 먹자고 제안했다. "그거 좋지. 얘야, 죽기 전에 좀 즐기자꾸나." 그녀는 멋진 옷을 차려입고 철없는 소녀처럼 기분이 좋아서 실컷 식사를 했지만, 이미 나의 허락을 받았기 때문에 아무런 거리낌이 없었다. 나는 그런 모습을 바라보면서 그녀가 장수할 체질은 아니라고 생각했고, 그렇다면 그런 작은 기쁨이라고 누리는 게 옳다고 느꼈다. 나는 열심히 식사하는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마치 내가 그녀의 아버지인 것만 같은 느낌으로, 부지런히 움직이는 그녀의 작은 두 손을, 아, 그때는 살아서 움직이던 그 두 손을, 나는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 알베르 코엔 《내 어머니의 책》(70~73).
맛있는 음식을 많이 먹는 건 언제나 좋다. 즐겁다. 맛은 두고라도, 나는 그냥 먹는 것만 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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