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영등포 고가차도 철거를 시작으로 영등포 로터리 구조개선 사업에 착수한단다. 10월 25일, 어젯밤 11시부터 차량통행을 통제하고 내년 4월까지 약 6개월간 작업을 진행한단다.
하거나 말거나.
그렇긴 하다. 나는 이제 저런 번화한 길로 내 차를 몰고 갈 일이 없다. 굳이 그럴 이유가 없다. 한물간 사람이어서 두렵기 때문이다.
부천 소사 살며 광화문 교육부 나갈 때는 저 길로 다녔다. 마포로 들어가고 서대문 쪽을 거쳐 광화문으로 진입하는 그 길을 겁도 없이 다녔다. 2004년 8월 말까지였다.
허구한 날 야간근무를 했지만(수십 명 직원 중 한두 명이 남아 있으면 나는 무조건 남았으니까), 재수 좋은 날은 일찍 퇴근할 수 있었다.
그런 날 지금 저 차량들이 달리는 방향으로 귀가하다 보면 참 많이도 밀리고, 그러다가 정면으로 석양을 바라보게 될 때가 있다.
그럴 때 나는 향수에 젓기도 했지만 스르르 눈이 감기기도 했다. 아무리 피곤해도 그렇지 눈이 감기다니! 그럴 수 없는 일이지만 일순간만 그럴 수도 있었다. 그러면서 소스라쳐 깨어난다.
그러던 어느 날, 내 소나타가 내 발에 힘이 빠지는 걸 눈치채고 즉시 앞의 차를 슬며시 밀어붙였다. 눈을 뜨기 전에 생각부터 했다. '무슨 일이 났구나!'
뻔하다.
어떻게 하지?
당황해서 앞의 차를 바라보는데 선글라스를 쓴 그 차 주인이 고개를 내밀고 나를 바라보며 씩 웃으며 손짓을 했다.
어쩌자는 거지? 따라오라는 거지?
비상등을 켜고 따라가는데, 어느 순간 그 차가 사라지고 말았다.
이런...
나는 결국 '뺑소니'가 되었나?
아니지, 앞의 차가 '뺑소니' 아닌가? 말도 없이 사라졌으니...^^
그 후로 나는 내가 피해자가 된 몇 번의 접촉사고를 겪었지만 한 번도 목이 좀 이상하다느니, 몸이 찌뿌듯하다느니, 하룻저녁 자고 일어나 봐야 하겠다느니 하는 억지 같은 건 부리지 않았다.
보험회사나 가해차량 쪽에서 병원에 가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해도 괜찮다고 대답하며 속으로 생각만 했다. '나는 본래 몸이 시원치 않은 사람이다.'
지난주에는 매혹적으로 차려입은 젊은 여성이 내 차를 부숴놓고는 아기가 기다리고 있어서 서두르다가 그랬다고 고개를 숙였다. 아직 한 군데 긁힌 적도 없는 멀쩡했던 내 자동차가 이제 한 차례 병을 앓은 차가 되겠지? 그렇지만 어쩌겠는가. 나는 멀쩡하니까 차만 수리하면 그만이라고 했다.
저 고가차도에서 만난 선글라스 '뺑소니' 차량의 사나이를 기억하고 있다.
이제 나는 영등포 고가차도조차 그리워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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