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사람들은 스스로에 대해 농담하기를 즐긴다. 가령 독일 사람, 프랑스 사람, 미국 사람, 핀란드 사람에게 각각 코끼리에 관한 책을 써 보라고 하면 어떤 책이 나올까? 빈틈없는 성격을 가진 독일 사람은 『코끼리에 대해 알려진 모든 것』이라는 제목으로 주석이 빵빵하게 달린 두 권짜리 두툼한 학술서를 쓸 것이다. 철학적 명상과 존재론적 고민에 자주 빠지는 프랑스 사람은 『코끼리의 인생과 철학』이라는 책을, 사업적인 감각이 뛰어난 미국 사람은 『코끼리로 돈 버는 법』이라는 책을, 그리고 핀란드 사람은 『코끼리는 핀란드 사람들을 어떻게 생각할까』라는 책을 쓸 것이다.
장하준의 『나쁜 사마리아인들』(부키, 2007)이라는 책에서 옮겼다.
하나마나한 말이지만 핀란드 사람들이라고 해서 다 그런 책을 쓰진 않을 것이다. 당연히 독일 사람, 프랑스 사람, 미국 사람도 그럴 것이다. 그렇다면 장하준의 이야기에 빗대어 개별 성향을 생각해 봐도 좋을 것 같다.
"나 같으면 이런 책을 쓸 거야."
"너는 코끼리에 대해 어떤 책을 쓰겠니?"......
나는 어떤 책을 쓰게 될까?
다치바나 다카시는 물어보나 마나 『코끼리에 대해 알려진 모든 것』이라는 책을 쓰겠지?
나를 기억하는 어떤 이가 "답설재는 돈이 없어서 쩔쩔매며 살아왔으니까 『코끼리로 돈 버는 법』을 쓸 것 같아." 하고 아는 척하면 다른 이가 있다가 "쓸데없는 소리! 그는 『코끼리에 대해 알려진 모든 것』이라는 책을 쓸 사람이야." 할 수도 있겠지?
나머지 두 권, 『코끼리의 인생과 철학』, 『코끼리는 한국 사람들을 어떻게 생각할까』라는 책을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을까? 아직도 나를 기억하는 사람이 네 사람이나 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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