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고 가며 이 음반을 들을 때가 있었다. 나름 좋은 시절이었다. 예수회 선교사를 동경한 것은 아니고 사람은 나름대로 미션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 아닌가 싶었던 것이다. 예수회 선교사들에겐 미안한 일이지만 이 음악을 만든 모리꼬네는 내게 특별한 말은 하지 않고 측은한 표정으로 물끄러미 바라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다.
# 1
"On Earth As It Is In Heaven"
Musica e Oltre Srl
https://youtu.be/Pb4e-GUv8nA?si=pQreU24Cckz6iK5t
다치바나 다카시가 쓴 "사색기행"에서 영화 "미션" 이야기를 긴장감을 가지고 읽었다.
나중에 봐도 대충 파악할 만큼만 필사해 놓기로 했다.
꽤 묵직한 주제를 추구한다. 힘과 정의의 문제. 불의에 폭력으로 맞서는 것이 정의일 수 있는가. 오래전부터 제기되어 온 난제가, 18세기 남미의 예수회 전도촌을 무대로 한 선명한 모습으로 또 한 번 제기된다.
딱딱한 주제이다. 더구나 무대는 18세기 남미이며, 주인공은 예수회 선교사이다. 일본 사람들한테는 전혀 익숙하지 않은 세계이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는 강하다. 기독교 3백 년의 무서운 박해를 견뎌 내고 마침내 로마의 국교가 될 수 있었던 것도 이 강력함이 있었기 때문이다.
대항해시대를 지나면서 유럽은 신대륙과 아시아로 진출했다. 그 진출의 선두에는 늘 한 무리의 선교사들이 있었다. 그들은, 새로 발견된 이교도의 땅에 기독교를 퍼뜨려 이 지상을 남김없이 교화하는 것이 자기들에게 주어진 역사적인 사명이라고 믿고 있었다.
목숨을 아끼지 않는 이 포교 활동에서 선두에 선 것은 아시아에서도 신세계에서도 예수회였다.
그 죽음을 전해 들은 동료 선교사는 '그렇다면 이번에는 내가 오지에 들어가 포교하겠다.'고 지원하고 폭포 옆 절벽을 오르기 시작한다. / 이 선교사가 바로 이 영화의 주인공 가브리엘이다.
물론 맨몸이다. 마침내 연합군의 일제사격이 시작된다. 사람들이 풀썩풀썩 쓰러진다. 남은 사람들은 그래도 굴하지 않고 계속 걷는다. 가브리엘도 총탄을 맞고 쓰러진다. 한 노인이 그 장식물을 대신 붙들고 높이 쳐든다. 일동은 다시 총구를 향해 걷기 시작한다. 클라이맥스 장면이다. 감동적인 장면이지만, 신자가 아닌 관객이라면 안달이 나서 가만히 보고 있을 수 없는 장면이기도 하다. 도망쳐. 왜 도망치지 않는 거야. 굳이 죽을 것까지는 없잖아. 여자들까지 죽게 할 필요는 없잖아. 빨리 도망쳐. 그렇게 소리치고 싶어 진다. 이때 가브리엘이 들고 있는 것은 몬스트란스Monstrance(성체현시대 聖體顯示臺)라 불리는 것이다. 그들은 그냥 걷는 것이 아니다. 자살하기 위해 총구를 향해 걷고 있는 것도 아니다. 성체행렬을 하고 있는 참이다.
이런 연주도 들어보았다.
# 2
Morricone - Gabriel's Oboe from The Mission, Maja Łagowska – oboe, conducted by Andrzej Kucybała
Akademia Filmu i Telewizji
https://youtu.be/FtE3hoR_Nvo?si=QF2MGWeG6xcwGzaF
'내가 만난 세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쓰지도 않고 버리지도 않고 바라보기만 한 물건 (15) | 2024.11.06 |
---|---|
코끼리에 대한 책 쓰기 (12) | 2024.11.03 |
영등포 고가차도의 '선글라스' (16) | 2024.10.26 |
종일 음악방송을 들은 날 저녁 (14) | 2024.10.20 |
"무라사키 시키부가 피기 시작했다" (17) | 2024.10.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