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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발광

by 답설재 2023. 12. 7.

 

 

 

어떤 종류의 빛이 어딘가에서 생성되는 것은 어떤 들뜬excited 원자의 에너지가 높은 상태에서 낮은 상태로 떨어지거나 낮은 상태에서 높은 상태로 이동할 때다. 이렇게 움직일 때 에너지는 얻거나 잃는데, 이 에너지는 광자의 형태로 방출된다. 이처럼 원자를 '들뜨게'exciting 함으로써 빛을 내는 것을 일반적으로 '발광'luminoscence이라는 아주 멋진 단어로 표현한다.

 

 

'발광'을 설명한 글이다(엘라 프랜시스 샌더스우아한 우주25).

그러니까 이건 '發光'으로 사전에도 '빛을 냄', '원자 속의 전자가, 에너지가 높은 상태에서 에너지가 낮은 상태로 옮겨갈 때 두 상태의 에너지의 차를 빛으로 내보내는 현상'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위의 글에서는 "아주 멋진 단어"라고 했다.

 

그렇지만 나는 '발광'이라고 하면 평생 '發狂'부터 생각해 왔다. 사전을 보면 '미친 듯이 날뜀', '병으로 미친 증세가 겉으로 드러나 격하게 행동함'으로 풀이하고 있다.

'발광'이라는 단어를 보면 당장 '發狂'이 떠오르고 發光은 문맥에 따라 일부러(강제로) 떠올려야 한다.

 

어째서 發光을 두고 發狂을 떠올릴까?

어릴 때 "지랄발광한다"는 말을 자주 들었기 때문이다.

나의 그 시절 시골 여인들 중에는 아이들에게 걸핏하면 악다구니로 그 말을 쓰는 경우가 흔했다. 나는 그 모습을 볼 때마다 '미친 듯이 날뛴다'는 뜻을 떠올리진 못했지만 어렴풋이 아주 나쁜 말이라는 건 의식할 수 있었고 그 말을 하는 어른의 입장을 생각하며 '머리끝까지 화가 나서 저러는구나' 생각했다.

일은 바쁘고 화는 나고... 오죽하면 "지랄발광을 한다"고 했을까.

 

그 인상깊은 '지랄발광'이 나에게도 큰 영향을 끼친 것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발광'이라고 하면 發狂부터 떠올리고 있다.

지금이야 자식에게 그런 말을 할 사람도 없고 그렇게 한다면 '아동학대죄'를 물어야 하겠지만, 내 이 지긋지긋한 머릿속에는 '지랄발광'이 확실하게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