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심은 자기애와 동일하지 않다. 오히려 자기애와는 정반대의 것과 동일하다. 이기심은 일종의 탐욕이다. 모든 탐욕이 그렇듯이 이기심은 결코 만족할 줄 모르는 불만족감을 포함하며, 그 결과 진정한 만족은 존재하지 않는다. 탐욕은 바닥이 없는 구덩이다. 탐욕스러운 사람은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끝없이 노력하지만 끝내 만족에 도달하지 못하고 기진맥진한다. 자세히 관찰해 보면, 이기적인 사람은 항상 안절부절못하고, 충분히 얻지 못하거나 뭔가를 놓치거나 빼앗기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늘 사로잡혀 있다. 그는 자기보다 더 많이 가진 사람에 대한 불타는 질투심으로 가득 차 있다. 특히 무의식적인 역학 관계를 좀 더 관찰해 보면, 이런 유형의 사람은 기본적으로 자신을 좋아하지 않으며, 사실은 자신을 몹시 혐오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글을 내가 썼다면 넌 코웃음을 치겠지? 에리히 프롬이 그렇게 썼더라.
아하, 그렇구나! 그렇구나!
그럼 이런 사람은 개과천선(改過遷善)도 하지 않나? 못하나? 할 수 없나?
이런 사람과 어우러져 살지 않을 수 없다면 어떻게 하나? 아예 상종을 하지 않으면 마음이라도 편할 텐데...
나는 이제 와서 이런 생각들을 하고 있다.
어쨌든 이기적인 행태는 관찰 가능한 것이어서 일단 그런 사람을 피할 길은 있겠지? 그럴까? 내내 피하다가 죽으면 그만일까? 그게 가능할까?
에리히 프롬은 이런 사람에 대해 속속들이 알아내기는 어려울 듯한(관찰 불가능할 것 같은) 행태에 대해서도 써놓았더라.
언뜻 모순되어 보이는 이 수수께끼는 쉽게 풀 수 있다. 이기심은 바로 자신을 좋아하는 마음이 별로 없다는 데 뿌리를 두고 있다.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 자신을 좋게 생각지 않는 사람은 항상 자신에 대해 불안을 품고 있다. 그에게는 진정한 사랑과 긍정의 기반 위에서만 존재할 수 있는 내면의 안정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는 기본적으로 안정과 만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자신을 걱정해야 하고 스스로 모든 것을 차지하려고 탐욕스러워질 수밖에 없다. 이른바 자기도취적인 사람도 마찬가지다. 그는 자신을 위해 뭔가를 얻는 데 관심을 갖기보다는 오히려 자신을 칭찬하는 데 관심이 많다. 이들은 표면상으로는 자신을 무척 사랑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자신을 좋아하지 않으며, 그들의 자기도취는─이기심과 마찬가지로─자기애의 근본적인 결핍에 대한 과잉 보상인 것이다. 자기도취적인 사람은 사랑을 남으로부터 빼앗아 그것을 자기 자신에게 돌린다고 프로이트는 지적했다. 이 말의 앞부분은 맞지만 뒷부분은 틀렸다. 자기도취적인 사람은 타인은 물론 자기 자신도 사랑하지 않는다.
너도 너 자신을 좋아하지 않나?
너 자신에 대해 불만을 품고 있는 것이냐?
너에 대한 내면의 인정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냐?
안정과 만족을 느끼지 못한 채 살아가는 거냐?
늘 너 자신을 걱정해야 하고, 네가 모든 걸 차지해야 속이 시원하냐?
너 자신을 칭찬하는 데 관심이 많으냐?
너 자신에 대한 사랑이 없이 탐욕으로 너 자신을 채우고 있나?
네가 너 자신을 사랑하지 않고 어떻게 살아갈 수 있나?
삶이 두렵지 않나?
나는 질투가 많은 사람이 두렵다. 그만큼 이기적인 사람, 탐욕적인 사람도 무섭다. 자신도 망치고 주변 사람마저 망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일생을 그렇게 보내고, 남도 그런 일생을 보내게 하기 때문이다.
나는 그런 인간 때문에 허덕이며 살아왔다.
아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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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리히 프롬 《자유로부터의 도피》(김석희 옮김, 휴머니스트 2023) 13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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