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버려진 책장 : 먼지 대신 책 버리기

by 답설재 2023. 3. 22.

 

 

적어도 서너 곳일 이 아파트 폐기물 처리장에는 걸핏하면 멀쩡한 책장이 나와 있다. 물론 다른 가구도 나온다.

'저렇게 나와 있으면 자존심 상하지 않을까?'

'AI 시대가 되어 책장 같은 건 구식 가구가 된 걸까?'

'내겐 저걸 들여놓을 만한 공간이 없지?'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을 텐데...'

 

책을 모으고 틈틈이 분류하고 흐뭇한 마음으로 살펴보고 하던 시기는 지나가버렸다.

그 시절엔 그렇게 하는 것이 지상의 목표였다. 솔직하게 말하면 지위나 돈 따위와는 비교할 수가 없는 가치였다.

그런 책이고 책장이었다. 그 책, 그 책장들이 바로 나라고 해주면 그보다 고마울 일이 없었을 것이었다.

이젠 그렇진 않다. 뭐가 변했나?

아니다. 세월이 갔을 뿐이다. 세월이 간 것이어서 그런 흐름에 무슨 관점이 필요할 것도 없다.

아쉬워할 것도 없다.

이미 버려도 큰 아쉬움이 없을 책은 거의 다 버리고 가지고 있어도 부담스럽지 않을 만큼만 남겨놓자고 다짐하고 다짐했으니까.

그만큼도 벅찬 느낌이어서 다시 읽진 않더라도 갖고 있어야 할 책 100권 정도만 선정해 보자는 생각을 벌써부터 하고 있었으니까.

그렇게 되면 굳이 책장도 필요 없겠지만 아직은 그건 지나치게 과감한 짓이지 싶다.

그동안 버려진 책들이 얼마나 많았는가. 그것들은 미미한 혹은 이름 없는 존재라고 하더라도 일단 내 분신이 아니었던가...... 분신이면 뭐 하나. 다신 만날 일이 없을 존재들이 되었으니......

그러므로 그렇게 버려서 비어버린 내 마음 한구석이 내 세월의 먼지 같은 것들로 채워지면 나는 또 버릴 수 있게 될 것이다. 먼지는 간직하고 책을 버릴 것이다.

 

 

전에 사둔 E. L. Doctorow의 소설 "The March"를 이 주에

읽고서 책은 도서관에 기증했다. 책장을 또 하나 더 마련하는

대신, 다시 안 읽더라도 갖고 있으면 싶은 책 -- 그런 책들이 많다

-- 이 아니라면 그런 책들은 하나둘씩 도서관에 기증하고 볼

생각이다. 커피 탁자와 소파에 쌓인 책이 지금도 3단 책장을

채울 만큼이다.

                                ☞    https://dslee1.tistory.com/1828

 

 

일전에, 한때 이 블로그에 자주 찾아오던 노루님(블로그 "삶의 재미", 콜로라도 댄버대학)이 이렇게 쓴 걸 봤다.

욕심을 부릴 일이 아니다. 욕심은 어떤 경우에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내가 만난 세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봄은 어김없이 오네  (0) 2023.03.24
노인의 시간  (0) 2023.03.23
집에 대한 건축전문가(최욱)의 생각  (0) 2023.03.20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0) 2023.03.17
"다시 태어난다면?"  (0) 2023.0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