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쓸데없이 일찍 잠이 깨어 오랫동안 뒤척였다.
그 시간이 꽤 오래 흘러 마침내 일어날 수 있었다(잠시, 왜 눈을 떴느냐는, 늙었으면 죽어야지 왜 살아 있느냐는 구박을 받더라는 씁쓸한 우스개가 생각났다).
어제저녁에는 고요해서 책을 읽을 수도 있었는데 괜히 '적막하구나...' '적막하구나...' 하며 두어 시간이나 헛된 시간을 보냈고 마침내 잠들 수 있었다.
오늘은 또 그렇게 해서 일어난 새벽부터 이 저녁까지 뭘 했는지 뚜렷한 기억이 없다.
그런데도 또 저녁이 되었고 두어 시간 후에는 구처 없이 잠자리에 들어야 한다.
이 저녁에도 책을 읽으면 좋을 텐데 나는 적막하다고, 한탄할 일도 아닌 걸 가지고 한탄처럼 생각하며 어정대고 있다.
TV만 켜놓지 않는다면 나의 세상은 사실은 늘 이렇게 적막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게 얼마나 좋은 건지도 모르는, 이 적막한 시간을 누리지도 못하는 나는, 마침내 바보가 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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