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수요일, 겨우 사흘 전이었군요.
벚꽃잎이 휘날렸습니다.
눈 같았습니다.
바람 부는 날 첫눈 같았습니다.
벚꽃은 해마다 사람을 놀라게 합니다.
이제 놀라지 않아도 될 나이인데도 실없이 매번 놀라곤 합니다.
'아, 한 가지 색으로 저렇게 화려할 수 있다니!'
그 꽃잎들이 아침부터 불기 시작한 세찬 바람에 속절없이 떨어져 마구 날아다녔습니다.
벚꽃잎들이 그렇게 하니까, 재활용품 수집 부대 속에 있던 페트병과 비닐봉지들도 튀어나와서 덩달아 날아다니고 함께 데굴데굴 굴러다녔습니다.
집을 나서서 시가지(다운타운)로 내려가는데 저 편안한 그네에는 몇 잎 앉지 않고, 그네가 싫다면 그냥 데크 바닥에 앉아도 좋을 텐데 하필이면 비닐창에 힘들여 매달린 것들이 아주 많았습니다.
개울을 따라 내려가는 길에도 물 웅덩이에도 수없이 많이 떨어져 있어서 사람들이 말은 하지 않아도 안타까워들 하는 것 같았습니다.
이마트 가까이 가자 멀리 앞서 가는 여인이 눈보라 속으로 사라져 가는 듯했습니다.
벚꽃은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피어나지 않은 꽃송이가 몸을 움츠리고 숨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것들에게 고마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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