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명연주 명음반 정만섭입니다."
나는 이 프로그램이 좋다.
이 프로그램 진행자라고 할 말이 없겠나.
음악에 대해 해야만 할 말, 하고 싶은 말이 왜 없겠나.
하기 시작하면 끝도 없을 것이고 그러면 또 시청자들 얘기도 들어야 할 것이다.
그는 조용하다.
인사를 하고 오늘은 이런 음악을 듣겠다고만 한다.
어쩌다가 한번 이 음반은 귀한 것이라는 말을 덧붙이지만 그것도 그뿐이다.
간단히 하고 곧장 음악을 듣는다.
나는 이 프로그램이 고맙다.
음악을 들으며 생각할 수 있게 해 준다.
그 두 시간 음악만 듣는다.
생각만 한다.
음악만 듣고 생각만 하는 그 시간이 소중하다.
이 나라에, 방송이 많고 많은 나라에
음악만 듣는 프로그램이 이 하나뿐이라니.
딱 두 시간뿐이라니.
어느 날 나는 자리에 눕겠지.
그렇게 누워서 일어날 수 없게 되겠지.
그렇게 된다 해도 '당분간'만이라도 (말을 할 수는 없어도) 들을 수는 있고 생각할 수는 있으면 좋겠다.
이 프로그램을 기다렸다가 듣고 생각할 수 있으면 좋겠다.
'당분간'만이라도 다행이겠다.
'아, 저 프로그램은 내가 자리에 누웠는데도 살아 있구나.'
지금 그 생각을 하면 이 프로그램이 더 소중하다.
"명연주 명음반 정만섭입니다."
그 인사가 얼마나 반갑겠는가.
그때도 나는 내 생각 속으로 들어갈 수 있겠지.
들으며 생각하겠지.
그 시간에는 혹 덜 아플 수도 있겠지.
잠시라도 내 세상을 아늑하게 해주는 '명연주 명음반'........
이 프로그램이 있어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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