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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책 보기의 즐거움

아모스 오즈 《사랑과 어둠의 이야기 1》

by 답설재 2021. 5. 26.

아모스 오즈 장편소설 《사랑과 어둠의 이야기 1》

최창모 옮김, 문학동네 2015

 

 

 

 

 

 

 

 

서른일곱인가에 자살한 어머니가 책에 대해 말했단다.

 

한번은 내가 일곱 살인가 여덟 살이었을 때, 우리는 약국인지 어린이 신발 가게인지로 가는 마크셰르 회사의 버스 맨 끝 의자에 앉았는데 어머니는 내게, 사람만큼이나 책도 세월에 따라 변할 수 있는 반면, 차이점은 사람은 언제나 자신이 상대로부터 더 이상 어떤 이점이나 쾌락이나 이익이나 아니면 최소한 좋은 느낌을 얻을 수 없는 때가 오면 상대를 버리는 반면, 책은 절대로 상대를 버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당연히 너는 때때로, 아마도 몇 년 동안, 혹은 심지어 영원히, 책을 저버리기도 할 거라고. 그렇지만 네가 책을 배신해도 책은 절대로 네게 등을 돌리지 않는다고. 책은 침묵하며 겸손히 선반 위에서 너를 기다리는 일을 계속할 거라고. 그들은 10년을 기다렸다고 불평도 하지 않을 거라고. 어느 날 밤, 심지어 새벽 세시쯤에, 네가 갑자기 책 한 권이 필요할 때, 설령 그 책이 네가 버린 것이고, 수년간 네 마음속에서 지워버렸던 것이라 할지라도, 그 책은 결코 너를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고, 네가 필요한 그 순간에 선반에서 내려와 친구가 되어줄 거라고. 책은 너한테 그것이 그럴 가치가 있는지 혹은 네가 그걸 받을 자격이 있는지, 너와 여전히 서로 잘 맞는지 확인하려 들거나 복수를 하려 들거나 변명을 하거나 물어보려 들지도 않고, 네가 요청하자마자 곧 올 것이라고. 영원은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513~514)

 

누군가 이렇게 써놓았다.

 

이 책은 오즈의 가장 개인적인 책이고, 후에 작가가 된 외롭고 감성적인 소년의 고백록이며, 그의 부모에 얽힌 억눌린 이야기이자 어머니에게 바치는 기념작이다. 이 책은 분량이 상당하다. 경고해두겠는데, 첫 장을 펼치기 전에 미리 일정을 조정해두라. 다음날 휴가를 내든지, 아니면 밤을 새워야 할 테니까.

 

밤을 새운다고 하룻밤에 다 읽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하루 정도 휴가를 낸다고 다 읽을 수 있는 책도 아니다. 저렇게 써놓은 건 그가 얼마나 속독인지 모르지만 영 맞지 않는다. 요즘도 그런 말을 써나? "뻥"이라고.

 

유대 민족과 이스라엘 이야기, 친가와 외가의 할아버지, 할머니 이야기로부터 '모든' 이야기가 펼쳐진다. 자주 재미있고, 자주 가슴 아프고, 대단하다 싶고...... 그렇지만 더러 답답해하며..... 이 자전적 소설을 여러 날에 걸쳐서 읽고 또 읽었다.

 

나는 무엇을 기억하고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