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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봄 난리」/ 雪木

by 답설재 2021. 4. 16.

내 독후감(아모스 오즈《숲의 가족》)에 설목 선생이 써놓은 댓글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시인은 감흥이 남다를 것 같기도 하고, 코로나19 때문에 들어앉아 있어야 하는 사정을 생각하면 저 숲의 요동이 유난스럽게 보일 수도 있고, 거기에 "숲의 가족"이라는 책의 독후감이어서 '잠시' 그렇지만 '한바탕' 자신의 느낌을 전해주고 싶었겠지요.

이 글이 그 댓글입니다.

 

 

숲에 가면 난리도 아닙니다.
꽃이란 꽃들이 난리입니다. 어리둥절합니다.
매화, 산수유, 동백꽃 들이 온통 난리 치고 간 다음
지금은 목련, 개나리, 진달래, 벚꽃 들이 뒤를 잇고 있습니다.
앞으로 복사꽃, 살구꽃, 철쭉, 연산홍 들이 난리 칠 때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꽃들만 난리입니까.
잎눈들이 눈을 뜨고 세상을 내다보고 있습니다.
그 눈빛이 하도 산뜻하고 맑아 그저 눈이 부실 뿐입니다.
산을 연둣빛으로 물들이느라 밤낮으로 바쁩니다. 산은 파랗게 젖고 있습니다.
숲은 그렇게 성장하고 그렇게 젖을 것입니다. 초록 만세 외치고 싶습니다.

 

 

나는 설목의 글에 "봄난리"라는 제목을 붙여서 이런 답글을 썼습니다.

 

 

설목께서도 '난리'(사고)를 치셨네요?
보시죠!
'봄 난리'
이렇게 생각해두고 설목께서 써놓으신 글을 읽어봅니다.

"숲게 가면 난리도 아닙니다.
...(중략)...
숲은 그렇게 성장하고 그렇게 젖을 것입니다. 초록 만세 외치고 싶습니다."

저는 설목께서 저 분주한 숲의 모습을 어마어마한 크기의 동영상으로 만들어 여기에 갖다 놓으신 것 같았습니다.
아이들 같으면 실제로 동영상을 만들어
유튜브에 탑재할 것인데
저는 망연히 그저 바라보기만 합니다.
무슨 수를 강구해야 할 것 같은 느낌으로.....

 

 

답글을 써놓고 봐도 아무래도 미흡했습니다.

그래서 설목의 저 시(!)에 아래 사진과 사진 아래의 인삿말을 붙여 그 세 가지를 설목의 카페《오늘의 동시문학》에 갖다 놓았습니다.

 

 

 

 

 

 

여기 설목의 시 한 편을 '돌려드립니다'.

의아하게 여길 분이 있을 것 같아서 부연하면 설목께서 제 블로그의 "숲의 가족"(아모스 오즈의 우화) 독후감에 달아주신 댓글인데

엇!?

이건 한 편의 시여서

그런가보다 하고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설목은 그저 잠시 몇 자 적어놓았던 것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아무래도 제 블로그 따위에나 있어선 안 될 것 같았습니다.

여기에 갖다 놓으면 되나?

카페 이곳저곳 헤메다가

에라, 모르겠다! 일단 여기 놓고 가겠습니다.

덧붙인 사진은 꼴같지 않은 것이고 저 시에 어울리지도 않지만

딴에는 저의 오래된 휴대전화로 만든 '수제품'이니까

정성으로 받아주시기 바랍니다.

설목의 봄이

참 괜찮은 한 철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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