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그림과 사진

고갱,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by 답설재 2020. 9. 7.

이 파일은 2013년 9월 25일에 탑재한 것이었습니다.

최근에 보니까 글자가 희미하고 편집이 하도 어수선해서 열람하시는 분들에게 미안했습니다.

그런데도 각주가 있는 파일은 수정이 불가능해서 점 하나도 고칠 수 없게 되어 있으므로 아예 삭제해 버릴까 생각하다가 새로 탑재하였습니다.

그렇게 하면서 유치한 말이 눈에 띄지만 단어 하나 고치지 않고 그 당시의 생각 그대로 두었습니다.

 

그 당시의 댓글과 답글은 아래에 모아 옮겨두고, 새로운 댓글란은 두지 않았습니다.

양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

 

 

 

고흐(Gogh·1853~1890)와 고갱(Gauguin·1848~1903)은 친구였다는 얘기를 처음으로 들으며 두 이름의 '고' 字가 '돌림'자로 여겨졌습니다. 왜 우리도 같은 돌림인 사람을 만나며 살아가지 않습니까? 저는 그런 아이여서, 지금도 이렇습니다.

 

1888년 10월 23일부터 12월 26일까지 고갱은 고흐의 초대로 남프랑스에 가서 함께 지냈다는데,1 당시 고흐는 동생 테오에게 이런 편지를 보냈답니다. 스스로 귀를 자르기 전에 쓴 편지입니다.2 귀를 잘라내고는 붕대로 감고도 자화상을 그렸으니(아래 책 사진 참조) 고흐의 자화상에 대한 집착은 알아줘야 할 것입니다.

 

편지와 동봉한 100프랑 수표, 그리고 50프랑짜리 우편환 모두 아주 고맙게 받았다. 고갱은 아를이라는 훌륭한 도시, 우리가 작업하고 있는 작고 노란 집, 그리고 무엇보다 나에게 조금 싫증이 난 것 같다.

사실 우리 둘 모두 두손 들게 만드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 그 원인은 물론 다른 무엇보다 우리 자신에게 있다. 결론만 말하자면, 그는 당연히 그냥 떠나버리거나 머무르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할 것이다. 그에게 결정을 내리기 전에 깊이 생각해 보라고, 또 이익과 손해를 잘 따져보라고 말했다.

고갱은 아주 강하고 창의력이 뛰어난 친구다. 그러나 바로 그 때문에라도 그는 평화로운 환경이 필요하다. 그가 이곳에서 평화를 얻지 못한다면 다른 어느 곳에서 그걸 찾게 될까? 묵묵히 그의 결정을 기다리겠다.

 

                                                                                            1988년 12월 23일

 

 

고갱의 말에 따르면, 저녁에 라마르틴 광장의 정원을 산책하고 있는데, 뒤에서 갑자기 나타난 고흐가 면도칼로 위협을 하더랍니다. 고흐를 진정시킨 고갱은 불안한 나머지 함께 기거하는 노란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호텔로 갔는데, 밤 11시 30분경, 사창가에 나타나서 라첼이라는 매춘부를 불러낸 고흐는 "이걸 잘 간수해" 하고 말하며 스스로 잘라낸 귓불을 싼 종이를 넘겨주었고, 다음날 아침, 의식을 잃은 채 자기 침대에 누워 있는 그를 경찰이 병원으로 옮겼다는 것입니다.3

 

 

 

도록 『낙원을 그린 화가 고갱 Gauguin』(한국일보문화사업단, 2013), 25, 고갱의 초상

 

 

창가의 꽃병 1880년경, 19×27㎝, 캔버스에 유화, 오르세 미술관, 렌느 미술관 위탁, 프랑스

 

 

 

"다양한 색상의 들꽃으로 이루어진 꽃다발은 집안을 한결 밝고 신선하게 만들어준다. …… 기교면에 있어서는 빠르고 생동감 있게 작업하는 인상주의 기법을 사용하였다."4

 

 

 

지팡이를 든 노인 1888, 70×45㎝, 캔버스에 유화, 프테 팔레 파리시립미술관

 

 

고갱이 인상주의를 완전히 탈피하여 독창적인 스타일을 구축하고, 짙고 강렬한 색채를 임의로 선택하여 그린 작품 중의 하나랍니다. 서명도 넣지 않은 이 그림은 미완성 초상화일 가능성이 높다는데5 문외한의 눈에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이 그림을 제 아파트 거실이나 사무실에 턱 걸어놓고 '우리는 누구라도 결국 저런 모습으로 변해간다'는 걸 생각하면 그런 생각을 할 때마다 조금씩 착해질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타히티 풍경(마하나 마아) 1892, 54.5×31㎝, 캔버스에 유화, 아테네움 미술관, 헬싱키

 

 

헬싱키에서 가져온 작품이니까 다시 보고 싶으면 헬싱키까지 가야 합니다. 꼭 가보고 싶지만 거의 불가능하게 된 그 핀란드……

 

1891년 6월 타히티로 떠나기 직전, 고갱은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답니다.

 

"나는 문명의 영향으로부터 벗어나 조용히 지내고자 떠나는 것입니다. 나는 예술을 지극히 단순하게 만들고 싶습니다. …(중략)… 올바르고 진실된 건 오로지 원시 예술밖에 없습니다."

고갱은 혼혈계 소녀 티티와 함께 작은 마을 마타이에아로 가서 그가 애타게 찾던 삶과 자연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그림의 저 남성이 말하자면 고갱 자신? 먹을거리를 가져오는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습니다. 그림의 제목 '마하나 마하'란 '진실의 순간'이라는 뜻이랍니다.6

 

 

 

말이 있는 길, 타히티 풍경 1899, 94×73㎝, 캔버스에 유화, 푸시킨 국립박물관, 모스크바

 

 

<창가의 꽃병>, <지팡이를 든 노인>, <타히티 풍경(마하나 마아)>, <말이 있는 길, 타히티 풍경>, 특별한 의미가 있는 작품이라기보다 아름다워서 다시 보고 싶을 것 같아서 도록에서 옮겨 봤습니다.

저 위의 거리에서 본 전시회 광고에도 "고갱 3대 걸작 세계 최초 한자리에!"라는 문구가 보이지만, 이번 전시회에서는 <설교 후의 환상>, <황색 그리스도>,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도 볼 수 있고, <타히티의 여인들> 같은 잘 알려진 작품도 볼 수 있었습니다.

 

"낙원을 찾아 남태평양 섬 타히티로 떠난 화가는 그곳에서 도리어 지옥을 만났다. 다리 부상이 도지고, 심장 발작이 덮쳐 왔다. 게다가 아끼던 딸이 폐렴으로 숨졌다는 비보(悲報). 죽음을 생각한 화가에게 삶의 근원을 묻는 질문이 찾아온다.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무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수수께끼 같은 이 질문을 캔버스에 옮긴 직후 화가는 산으로 들어가 자살을 시도한다. 다행히도 미수에 그쳤다."

 

'낙원을 그린 화가 고갱 그리고 그 이후' 展을 소개한 기사는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8

기사는 또 폴 고갱의 대표작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이 한 점의 그림을 보기 위해서라도 가 볼 만한하고, 이 작품과 더불어 '설교 후의 환상'(1888), '황색 그리스도'(1889)는 그의 3대 '걸작'으로 불리며 이 작품들을 포함하여 그의 작품 60점이 전시되었다고 소개했습니다.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Where Do We Come From, What Are We, Where Are We Going 1897~1898, 139.1×374.6㎝, 캔버스에 유화, 보스턴 미술관

 

 

위 그림의 부분(도록의 표지화)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는 아주 큰 그림이고, 철학적이어서 설명을 읽고 그림의 그 부분을 쳐다보고, 이어서 또 설명을 읽고 그림을 보고 했습니다. 모처럼 유명하다는 작품을 볼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에 공부를 좀 한 것입니다. 언제 또 볼 수 있기나 하겠습니까?

그렇지만 다시 봐도 좋다면 저 <지팡이를 든 노인>, <타히티 풍경(마하나 마아)>, <말이 있는 길, 타히티 풍경>을 보러 가겠습니다.

 

고갱이 와 있는 서울시립미술관을 찾아간 것은, 지난 7월 3일 점심시간이었는데, 옛날 일처럼 느껴집니다.

전시 기간은 6월 14일부터 오는 9월 29일까지니까 이제 며칠 남지도 않았습니다. '한 번 더 보러 올까?' 그런 생각도 했었는데……

 

 

 

각주

1. 도록 『낙원을 그린 화가 고갱 Gauguin』(한국일보문화사업단, 2013), 67쪽.

2. 빈센트 반 고흐 지음, 신성림 옮기고 엮음,『반 고흐, 영혼의 편지』(예담, 2005), 224쪽.

3. 위의 책, 225쪽.

4. 도록 『낙원을 그린 화가 고갱 Gauguin』(한국일보문화사업단, 2013), 48~49쪽에서.

5. 도록 『낙원을 그린 화가 고갱 Gauguin』(한국일보문화사업단, 2013), 66~에서

6. 도록 『낙원을 그린 화가 고갱 Gauguin』(한국일보문화사업단, 2013), 106~107쪽에서.

7. 도록 『낙원을 그린 화가 고갱 Gauguin』(한국일보문화사업단, 2013), 144쪽.

8. 조선일보, 2013.6.27. A23. '고흐의 친구 고갱만 안다면 이 전시를...'

 

 

 

'그림과 사진'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혜가단비도(慧可斷臂圖)  (0) 2021.06.17
르네 마그리트(그림)「빛의 제국」  (0) 2020.09.12
자메 티소 '10월'  (0) 2019.11.02
더 깊은 곳에 빠지고 싶은 남녀  (0) 2019.08.15
월간지 표지 사진  (0) 2017.07.27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