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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그림과 사진

르네 마그리트(그림) 「빛의 제국」

by 답설재 2020. 9. 12.

신기한 이야기입니다. 그림 속에 들어가본 사람의 이야기. 못할 것도 없을 것 같긴 합니다. 음악을 들으며 그 음악 속에 들어가듯……

그렇다면 나는 지금 이 '세상'이라는 그림 속에 들어와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고, 정말로 그런 것이라면 좋겠습니다. 혹 지금보다 더 괴로운 곳이라 하더라도 이 그림 밖으로 나갈 수는 있기 때문입니다.

 

 

그는 어린 시절 화려한 조명을 받는 아역 스타였지만 그 조명은 금세 꺼져버렸고 스물다섯 살에 이르러서는 지방 소도시의 제빵사로 전업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애인(이름은 ‘캉디스’)조차 변심하여 차갑게 굴게 되자 그는 이제 구렁텅이에 빠지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경품행사에 당첨되어 2인용 여행권을 상품으로 받았지만 그녀는 이 여행조차 거부합니다. 여비와 체류비 일체가 포함된 2인용 경품권을 휴지처럼 버릴 수는 없어서 홀로 여행을 떠나 베니스를 배회하는데,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 「빛의 제국」이 소장된 구겐하임미술관이 그의 발길을 끌었습니다. 그의 연인이 사랑했던 작품이라 한번 직접 보고 싶었습니다.

 

그림은, 파란 하늘에 흰 구름이 떠 있지만 집과 나무와 거리는 초저녁 무렵의 어둠이 깔려서 가로등이 환히 켜져 있는 풍경입니다. 또 2층 좌측 두 개의 창문에만 오렌지 빛 불이 켜져 있습니다.

미술관의 문을 닫는 시각을 알리는 종이 울릴 때까지 그림 앞에 서 있던 그는 기묘한 현상을 보게 됩니다. 폐관을 앞두고 미술관 실내등이 하나 둘씩 꺼져가자 그림 속에서 두 개의 창문을 밝히던 오렌지 불빛도 저절로 꺼지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그 기이한 현상을 곤돌라 충돌 사건으로 인연을 맺은 한 과학자(이름은 ‘필립 네케르’. 궁전 같은 집에 거주하는 그도 사랑을 잃은 터였습니다)에게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그림을 살펴본 과학자는 아마도 착시였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립니다. 그는 과학자의 결론을 미심쩍어 하며 그림 속의 오렌지 빛 창문을 손가락으로 살짝 긁어보았습니다. 그 순간 이상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주변이 어두컴컴해지고 자신이 작아졌는지, 혹은 그림이 커졌는지 분간할 수 없는 상태에서 그림 속 그 집 앞에 서 있게 되었고, 아름다운 여인이 등장하는 것이었습니다. "들어오세요."

 

여인을 따라 집 안으로 들어간 그는 마그리트의 그림에 등장한 듯한 사람들 곁을 지나 방으로 안내되었는데, 그곳에서 그는 꿈에도 그리던 그의 연인을 만나게 되었고, 그녀와 만나 처음 사랑을 나눴던 그때의 상황이 그대로 재현되는 것이었습니다.

패배한 바둑을 복기하며 실착을 되씹듯 그는 3년 만에 파경에 이른 사랑이 시작된 그 지점으로 되돌아가 말과 행동을 조금씩 바꾸며 그 연인과 사랑을 나누었습니다. 잘못 끼운 단추를 바로잡으면 현재가 달라질 것 같았습니다.

 

그가 눈을 뜨자, 과학자는 근심어린 눈으로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습니다. 그는 금세 들것에 눕혀져 응급실로 실려 갔습니다. 과학자의 설명에 의하면 그는 4분 30초간 의학적으로 완전히 죽은 상태였다가 다시 살아난 것이며 「빛의 제국」에서 겪은 일은 '임사 체험'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이야기는 더 이어져야 합니다. 그는 죽음을 무릅쓰고 다시 그림 속으로 들어가 사랑을 되찾으려 하고, 그 과학자는 그의 임사 체험을 과학적으로 입증하려고 애를 써서 마치 두 사람이 2인용 자전거를 타고 미로를 헤쳐가듯 했기 때문입니다.

 

 

이 이야기는 이재룡(숭실대 불문과)의 「노숙자와 유기견」(『현대문학』 연재 「소설, 때때로 맑음」 제30회(2016. 3., 228~242) 원고 중에서 디디에 반 코블라르 Didier Van Cauwelaert의 소설 『빛의 집 La Maison des lumières』에 관한 글을 그림 「빛의 제국」을 둘러싼 내용을 중심으로 하여 발췌 요약한 것입니다.

 

「빛의 제국」?

그런 그림이 진짜 있기나 한지, 화가와 그림이 허구로 설정된 건 아닌지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출처 : UNICE(unice515)의 블로그 《You only live once》 "외젠 부댕 <흰 구름, 파란 하늘>, 르네 마그리트 <빛의 제국>"

위 그림 출처로 가는 길 ☞ http://blog.naver.com/unice515/220623754884

 

 

 

그렇게 하여 알게 된 것이 이 놀라운 그림입니다.

오랫동안 들여다보았는데도 저 소설의 등장인물처럼 그림 속으로 들어가지는 못했지만 놀랍다고 생각했습니다.

UNICE는 이렇게 썼습니다.

 

"(……) 내가 저 그림 속에 들어가 있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어딘가에 정말 저 풍경을 똑같이 닮은 장소가 있을 것 같아서 더더욱 마음이 간다. (……)"

 

어떻게 저 그림 속으로 들어가 있고 싶다고 한 것일까요? 이재룡 교수나 UNICE나 놀라운 사람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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