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머니!
어떻게 지내시나요?
이제 반년이 지났으니까 우리 집(아, 아주머니 집)에 잘 적응하셨겠지요?
제 실내 정원(이런! 아주머니의 실내 정원)도 잘 있습니까?
그 작은 정원의 여남은 가지 푸나무들은 한 가지도 빼거나 보태어지지 않으면 좋겠는데......
그것들은 제가 그 집을 분양받고 처음 입주할 때 전문가를 초빙해서 만들었거든요.
꼭 심어주기를 기대한 건 남천(南天) 한 가지밖엔 없었고요.
그 전문가가 우리 집(아, 그 집)을 처음 방문했을 때 거실에서 차를 마시며 이렇게 소파도 없이 책으로 채운 거실은 처음 봤다며
이 분위기의 실내 정원을 만들어주겠다고 한 거거든요.
저는 '아무것도 모르니까 물만 주면 되도록 해달라'는 특별 부탁을 했고요.
아주머니께서 집을 보시려고 처음 방문하셔서 그 실내 정원을 보시는 순간 "이런 정원에서 차를 마셔보는 게 로망"이라고 하셨을 때, '이 정원의 주인은 이제 내가 아니고 곧 이 아주머니가 되겠구나!' 싶었습니다.
그게 저에게는 슬픔이었지만 내색을 할 수는 없었습니다.
"전 이 정원과 헤어지는 게 슬픕니다!" 하면 아주머니나 제 아내나 뭐라고 했겠습니까?
'뭐 이런 노인이 다 있을까?'
아주머니가 그렇게 생각하시는 동안 제 아내는 그랬겠지요. '내가 이런 인간과 오십 년을 살았다니...'
아주머니!
그때 말씀드렸지만 물은 일주일에 한 번만 충분히 주세요. 그렇게 하셔도 절대로 습기가 차거나 하진 않을 거예요.
벌레는 창문의 그 방충망만 닫아놓으면 절대 생기지 않을 거고요.
거름도, 글쎄요,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것 같고요.
다시 말씀드리지만, 다른 식물을 들이는 건 조심하세요. 자칫하면 어울리지도 않고 괜히 이상한 벌레만 따라올 수 있거든요.
전지(剪枝)는 겨울이었지만 제가 일단 한번 해두었습니다.
남천은 너무 잘라버렸나요? 지금쯤 괜찮아졌을 거예요. 저 녀석은 곧 제 세상인양 뻗어오르곤 하니까요.
남천은 일 년에 한두 번 그렇게 과감히 잘라주시고, 동백은 너무 자르진 마세요. 꽃을 보기가 어려워지거든요.
덩굴은 마구 잘라주셔도 금방 보기 좋게 벋는 녀석들이지요.
쓸데없는 걱정을 늘어놓았나요?
새 주인이 어련히 하실까요.
처음 만들고 십수 년 관리해온 사람의 사랑과 미련으로 봐주세요.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인생은 그런 것 같아요.
상처를 주고 상처를 받고......
그런 것에 너무 상심하지 마시고 잠시 그 정원 앞 공간에 앉아 계시면 금방 괜찮아질 거예요.
이렇게 비가 오지 않으면 그 정원의 달빛이 참 좋을 때인데...전 자다가도 일어나 그 집까지 찾아와 준 그 달에게 미안해서 정신을 차리곤 했거든요... 안타깝긴 하지만 달은 다음 달에도 또 뜨니까 기다려보세요.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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