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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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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 졸라 《목로주점 2》

by 답설재 2019. 7. 17.

 

에밀 졸라 《목로주점 2》

박명숙 옮김, 문학동네 2018

 

 

 

 

 

1

 

《목로주점 1》(1~7장)에서 정부로부터 배반을 당한 아름다운 여인 제르베즈는 쿠포의 끈질긴 구애를 물리치지 못하고 결혼을 했지 않습니까? 물리치긴 왜 물리치겠습니까? 여인들이 어디 자신을 좋다가 따라다니는 남성을 물리치려고 그렇게 예뻐진 건 아니지 않습니까?

 

뿐만 아닙니다. 그렇게 결혼에 골인한 남편 쿠포가 사고로 부상을 당하지만 혼신을 다해 간호해서 낫게 했고, 정부가 떠나간 대신 영혼을 걸고 서로 사랑하는 애인 구제가 나타났고, 멋진 세탁소를 '오픈'했고, 시샘을 받을 만한 생일파티도 열고 했습니다.

찜찜하다면 시누이들의 질투, 남편 쿠포의 타락 같은 것이었습니다.

 

 

2

 

《목로주점 2》(8~13장)는 그 예상에 따라 전개됩니다.

 

⑻ 정부 랑티에게 돌아와 마을의 총아로 등장하더니 마침내 쿠포 부부의 집으로 들어오고 그 랑티에의 부추김으로 쿠포는 더욱 빠르게 완전 주정뱅이로 전락했을 뿐만 아니라 랑티에는 다시 제르베즈까지 품에 안았습니다.

 

⑼ 제르베즈의 세탁소는 몰락하고 가족들도 몰락합니다. 제르베즈의 남편은 두 명이 되었고 쿠포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납니다. 쿠포의 두 누나는 어머니를 돌보지도 않았으면서 올케 제르베즈를 원망합니다.

 

⑽ 쿠포네는 햇빛 한 자락 들어오지 않는 아파트 B동 7층 구석진 방으로 옮겨갑니다. 정부 랑티에는 비르지니에게 뺴앗깁니다. 비르지니는 제르베즈의 세탁소 자리에 과자 가게를 냈습니다. 술을 향해 질주하던 쿠포는 폐렴으로 입원하더니 마침내 정신병원을 들락날락하는 신세가 되어서도 술독에 빠져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데 이젠 제르베즈마저 나태의 길을 걷습니다.

 

⑾ 딸 나나(소설 《나나》의 그 나나)가 거리의 '영계' 소리를 듣더니 창녀가 되어 가출해버리자 제르베즈도 추락을 길을 걷고 이젠 온갖 구박을 받으며 비르지니네 가게 청소를 하는 신세가 됩니다. 비르지니의 품으로 달려간 정부 랑티에는 경관 푸아송·비르지니네 가게도 작살냅니다.

 

⑿ 장기간 추위와 굶주림을 견디다 못해 눈보라 속에서 지나가는 남성을 유혹해보려고 거리를 쏘다니다가 생애를 바쳐 그녀를 사랑하는 구제를 만나 식사를 하고 헤어지면서 죽음을 동경하게 됩니다.

 

⒀ 정신병원에 간 쿠포는 환각증세로 며칠간 미치광이의 기이한 춤을 추면서 알코올 중독 증세 연구대상이 되더니 결국 저승사자 소피의 동반자가 되어 버립니다. 비르지니네 가게마저 먹어버린 정부 랑티에는 이번에는 몸매가 잘 빠진 식당 종업원에게로 가고 제르베즈도 저세상으로 갑니다. 남편을 따라간 것이 아니라 빈곤과 불결, 삶의 고단함 때문에 떠났을 것이었습니다.

 

 

3

 

《목로주점 1》에서 제르베즈는 그렇게도 강조했었습니다.

 

"난 말이죠. 욕심이 많은 여자가 아니랍니다. 별로 바라는 게 없어요……. 내 꿈은 별 탈 없이 일하면서 언제나 배불리 빵을 먹고, 지친 몸을 누일 깨끗한 방 한 칸을 갖는 게 전부랍니다. 침대, 식탁 그리고 의자 두 개, 그거면 충분해요……. 내 아이들을 제대로 키울 수만 있다면, 그래서 좋은 시민으로 만들 수만 있다면 말이죠……. 또 하나 더 바라는 게 있다면, 그건 맞지 않고 사는 거예요. 내가 만약 다시 결혼을 한다면 말이죠. 그래요, 다시는 맞으면서 살고 싶지 않아요……. 그게 다예요. 정말 그게 다라고요…….(제1권 71~72)

 

제르베즈의 꿈이 잘못된 것이었을까요?

 

 

4

 

더구나 그녀는 남성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었습니다. 결혼 전에 쿠포에게 이렇게 말한 적이 있었습니다.

 

"나중에 당신이 나 때문에 바보짓을 했다고 원망하는 건 싫거든요……. 제 말을 들으셔야 해요. 쿠포 씨, 이렇게 억지를 부리면 곤란해요. 당신은 나에 대한 감정이 어떤 건지 스스로도 잘 모르고 있다고요. 내가 장담하는데요. 아마 일주일만 못 봐도 금세 날 잊어버릴걸요. 남자들은 종종 하룻밤을 위해 결혼을 하죠. 첫날밤을 위해서 말예요. 그런 다음 여러 밤이 지나고 시간이 더 흐르면서 평생 함께 산다고 생각하면, 그때부터 문제가 생기기 시작하는 거죠. …… 여기 앉으세요. 지금 당장 얘기를 좀 해야 할 것 같으니까요."(제1권 85)

 

얘기를 하지 않았을까요? 했습니다!

그 얘기가 쿠포의 귀에 들어가지 않았을 뿐입니다. 그런 얘기를 한다고 해서 인간이 달라지긴 어려운 것이겠지요.

제르베즈의 비아냥이 들리는 듯합니다. "(블로거 '파란편지'의 면전에 손가락을 흔들며) 이 양반아! 당신도 마찬가지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