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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책 보기의 즐거움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by 답설재 2019. 3. 15.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히가시노 게이고 장편소설·양윤옥 옮김

현대문학 2015(초판 44쇄)

 

 

 

 

 

 

 

   1

 

이 소설을 읽으며 텔레비전도 인터넷도 없었던 시절의 겨울밤이 생각났습니다. 그처럼 한가로운 밤에 읽고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습니다. 쉽고 재미있어서 훌훌 455쪽이 잘도 넘어갔고, 그래서 그런지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이래저래 옛날 생각을 하게 됩니다.

 

 

    2

 

나미야 잡화점 늙은 주인(요즘으로 말하면 "사장님")이 어쩌다가 처음에는 아이들, 나중에는 어른들도 포함한 고객들의 잡다한 고민 상담을 해주었던 모양입니다.

교육적 고민의 예를 들면 이런 것입니다. 나중에 선생님이 된 사람이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그 잡화점에 보낸 편지를 보면 어떤 '고민 상담실'이었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196, 197, 198)

 

(…)

벌써 사십여 년 전의 일이군요. 저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보냈었습니다.

공부하지 않고도 시험에서 백 점을 맞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초등학생 때의 일이지만 참으로 어리석은 질문이었어요. 그래도 이 질문에 대해 나미야 씨는 훌륭한 답을 해주었습니다.

'선생님께 부탁해서 당신에 대한 시험을 치게 해달라고 하세요. 당신에 관한 문제니까 당신이 쓴 답이 반드시 정답입니다. 그러면 백 점 만점을 받을 수 있어요.'

이 답장을 읽었을 때는 단순히 말장난이라고 생각했었죠. 국어나 산수 과목에서 백 점 맞는 방법을 알고 싶었으니까요.

(…)

교단에 선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저는 벽에 부딪혔습니다. (…) 한 아이가 말하더군요. 이런 건 하고 싶지 않다, 시험에서 백 점이나 맞게 해 주면 좋겠다, 라고요.

그 말을 듣고 아차 싶었습니다. 괜찮은 생각이 떠오른 것입니다.

이미 짐작하셨겠지만, 약간 특이한 필기시험을 실시한 것이에요. 명칭은 '친구 시험'입니다. 우리 반 아이들 중 한 명을 무작위로 선정해서 그 아이에 관해 다양한 문제를 풀어보는 것입니다. 생년월일, 주소, 형제 관계, 보호자의 직업 같은 것에서부터 취미, 특기, 좋아하는 탤런트 같은 것도 문제로 만들었습니다. 시험이 끝나면 해당 학생이 나서서 정답을 말합니다. 채점은 각자가 합니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당황하는 기색이었지만 두세 번 하는 사이에 점점 흥미를 보였습니다. 이 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얻는 비결은 딱 한 가지, 반 친구에 대해 잘 알아두는 것입니다. 그러니 갈수록 서로서로 친밀하게 커뮤니케이션을 하게 되었지요.

(…)

 

 

    3

 

주인은 오래전에 저세상으로 가고 건물만 그대로 남은 그 나미야 잡화점에 직장을 잃고 백수(白手), 좀도둑이 된 아쓰야, 고헤이, 쇼타, 세 젊은 친구가 들어갑니다.

이 좀도둑들이 엉겹결에 고민 상담을 맡게 됩니다.

 

죽음을 앞둔 '남친'을 둔 운동선수 '달 토끼',

음악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는 '생산 가게 뮤지션',

야반도주를 한 부모와의 '마음의 끈'이 끊어져버린 걸 번민하는 아들,

부자가 되고 싶은 호스티스,

그 좀도둑들이 이들과 편지를 주고받는 이야기가 재미있게 펼쳐집니다.

그들에게 나미야 잡화점은 시간이 멈춘 집, 타임머신이어서 상담 의뢰인에게는 똑 떨어지는 미래예측을 해줄 수 있게 됩니다.

 

 

    4

 

다 얘기해버리면 실례(!)일 것입니다.

아, 남의 고민을 들어주는 일의 의미, 진정성, 즐거움을 생각하며 읽었습니다. 나도 이런 일 좀 해봤으면 싶었습니다. 밑바닥 인생 좀도둑들도 이렇게나 잘할 수 있는데…….

그럼, 이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