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야를 헤매고 있었습니다.
이미 몇 번째인지, 그렇게 정해진 것처럼, 매번 그 길을 찾지 못했습니다.
낯익은 곳이라도 있나 싶었지만 번번이 엉뚱한 곳이었습니다.
사람도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지하 1, 2, 3층…… 파헤쳐 놓은 공사장 같은
커다란 웅덩이가 된 곳에 있게 되었습니다.
몇 번의 지각변동을 겪고 그 모습을 드러낸 것처럼
얼기설기 튀어나온 부분을 따라 안간힘을 써서 올라갈 수 있었고
온몸을 휘감은 덩굴도 걷어냈습니다.
그곳은 지평선도 보이지 않는 광활한 초원이었습니다.
핸드폰을 열어서 '길찾기'에 '출발' '도착' 지점을 입력하자,
이런!
그 화면에 내가 걸어오는 모습이 나타났고
걸어오는 사람은 곧 서너 명으로 늘어났는데
서로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모두 바로 나의 모습이었고
이내 군대 행렬처럼 수십, 수백이 된 내가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습니다.
집으로 가는 나의 길.
이렇게 힘든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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