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책 보기의 즐거움

알렉스 하워드 《책 읽는 고양이》

by 답설재 2018. 6. 7.

 

 

 

 

 

알렉스 하워드 《책 읽는 고양이》

이나영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2017

 

 

 

 

 

 

 

 

 

 

    1

 

  우리 생각하는 고양이들로 말할 것 같으면, 지식을 위해 살지. 그것이 우리의 목적이야. 하지만 인간들은 명성과 돈, 섹스와 전쟁 등 개인적인 욕구 아래 지식을 깔고 뭉개지. 그들은 대학에 값을 매기고 그것을 사람 죽이는 기계로 만들며, 지식을 마치 금괴처럼 탐낸다고. 그들은 모두 《실낙원》의 사탄 같아. 언제나 여기저기서 움직이며, 시끄럽게 소란을 일으키니까.(99~100)

 

  책 읽는 고양이 조던의 사촌 비블리오 샤가 그렇게 이야기했습니다. 듣고 조던이 생각합니다.

 

  만족감! 그것이 바로 인간들이 모두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우리 고양이들에게는 있고, 인간들에게는 없는 것이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돈이나 재산, 섹스나 명성이 아니라 그저 만족감이다. 그러니 그들이 그것을 얻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간절히 원하는 것이 만족감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것이 바로 비극이다. 그들은 항상 만족감이 아닌 다른 것이 답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것을 성취하거나, 사거나, 이루어야 한다고……. 하지만 그들은 궁극적인 목적을 잊어버렸다. 그들은 행복을 보이지 않는 걸로 만들고 평생 그것을 좇으며 보낸다. 하지만 그들이 원하는 것은 만족감뿐이다. 잡을 쥐란 애초에 없다.(101~102)

 

 

    2

 

  고양이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 고양이가 바라본 인간의 행태입니다. "에든버러대학교 도서관 고양이가 가르쳐준 시크한 일상 철학".

  '고양이의 눈으로 읽는 세상'이란 우리 인간에게서 떨어져서 보는 것이어서, 고양이의 눈으로 읽으면 그렇지 않겠지만 자꾸 인간의 눈으로 읽게 되니까 별 것도 아닌 이야기도 어렵게 다가오곤 했습니다.

  "인간은 별 수 없다니까."

  조던이 나를 보고 그렇게 말할 것 같다는 생각을 몇 번 했습니다.

 

 

    3

 

  조던이 보는 '교육개혁'은 이런 것입니다.

 

  도서관 고양이는 인간의 도서관도 과거에는 타우저리와 많이 비슷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교육 개혁"이라는 것이 일어났다. 대학은 중산층 지식인을 만들어내는 소시지 공장이 되었고, 펭귄북스와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 출판사의 독자를 충당하는 기능을 담당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그것은 더 이상 공짜가 아니었다. 도서관 고양이는 원할 때마다 타우저리에 들어갈 수 있었지만, 이 학생 인간들은 도서관의 문턱을 넘는 혜택을 얻는 데만도 상당한 돈을 내야 했던 것이다! 그래서 인간들은 대학과 도서관에 가기 위해 여러 가지 일을 하는 경우도 많았다.

  일을 너무 많이 하고 있어! 도서관 고양이가 생각했다. 저러다간 기력이 바닥나고 말 거야! 그리고 "그러니까" 같은 말을 쓸데없이 쓰는 것도 그만둬야 해.(25~26)

 

 

    4

 

  타우저리?

  참 좋은 곳입니다.

  이런 곳이라고 했습니다.

 

  타우저리는 따뜻하다. 그것은 보통 도서관의 처마 밑에 위치하며, 거미줄과 대들보가 고양이 머리 위로 이리저리 지나가는 곳이다. 밝고 전망이 엄청나게 멋지다. 작고 낮은 창문이 바닥 쪽으로 나 있어서 생각하는 고양이가 원한다면 내다보면서 현재 몰입하고 있는 특정 책에 대해 좀 더 깊이 사색할 수도 있다. 도서관 고양이는 이런 창문들을 좋아했다. 에든버러대학교 도서관이 타우저리에서 바라보는 경치도 훌륭했다. 겨울이면 눈 덮인 펜트랜드 힐즈가 지평선을 가로질러 파도처럼 빽빽이 버티고 서 있다. 5월과 6월에는 바로 아래 목초지가 있고, 인간들이 바비큐를 하며 풍기는 연기는 여름의 시작을 선언하는 것 같다. 봄이 되면 도랑에는 분홍색 꽃이 피고 인간들은 총총걸음으로 도서관에 향하는 반면, 지금처럼 가을이면 낙엽이 떨어져 목초지를 가로지르는 오솔길을 드러내고 인간들이 작은 생쥐처럼 그 길을 여기저기 걸어 다니는 가운데 모든 것이 붉게 변한다. 그리고 고양이의 시야에는, 연중 내내, 갓 베어낸 밀을 쌓아둔 황금색 들판처럼, 굴뚝이 사방으로 뻗어 있었다. 좋은 타우저리에는 벌레와 새들이 적절히 공급되어야 하며, 에든버러대학교 도서관의 타우저리는 그런 것이 충분했고, 특히 비둘기와 거미가 많은 것으로 유명했다. 훌륭한 타우저리에는 캣닙을 충분히 공급해주며, 과로를 방지하도록 규칙적으로 감독해주고, 인간의 방해를 막아주는 알파, 즉 타우저리 대장도 있다.(20~21)

 

  가운데에서 조금 아래에 도서관 그림이 있고 거기에 타우저리가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