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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책 보기의 즐거움

안대희 《선비답게 산다는 것》

by 답설재 2018. 5. 15.

안대희 《선비답게 산다는 것》

푸른역사 2007

 

 

 

 

 

 

 

 

선비는 일찍 일어나서…….'

책을 구해두고 읽지는 않은 채 10여 년 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되어 있을 책으로 여겼습니다.

 

주로 조선의 선비들 얘기였습니다. 이 선비는 이렇고 저 선비는 저렇고, 이런 생각을 했고 저런 일을 했고, 그러므로 어쩌면 '선비는 일찍 일어나서…….'와 같은 얘기일 수도 있습니다.

- 스스로 쓴 선비들의 묘지명

- 13년 동안 써내려간 일기 《흠영》

- 이경전과 김정국 식 여유

- 성호 이익의 절식 철학

- 역사가 심판한 김안로, 역사가 평가한 유목인

…………

 

사재思齋 김정국金正國(1485~1541)은 팔여(八餘)라는 호도 갖고 있었는데 어느 친구가 이 호의 의미를 물었을 때 이렇게 대꾸했답니다.

 

토란국과 보리밥을 배불리 넉넉하게 먹고, 부들자리와 따뜻한 온돌에서 잠을 넉넉하게 자고, 땅에서 솟는 맑은 샘물을 넉넉하게 마시고, 서가에 가득한 책을 넉넉하게 보고, 봄날에는 꽃을 가을에는 달빛을 넉넉하게 감상하고, 새들의 지저귐과 솔바람소리를 넉넉하게 듣고, 눈속에 핀 매화와 서리 맞은 국화에서는 넉넉하게 향기를 맡는다네. 한 가지 더, 이 일곱 가지를 넉넉하게 즐기기에 팔여라고 했네.(43~44)

 

이런 얘기들을 모아서 설명한 책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문학, 독서, 서재, 장서, 집필, 공부, 정치……에 관한 얘기들을 하는 사람들이 선비였구나 싶기도 했습니다. 정치는 오늘날에는 주로 정치가들이 하는 것이어서 그것도 못마땅할 때가 없진 않지만, 주로 시인들이 정치를 한다면 그것도 그렇게 합리적이진 않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쉽고 재미있는 글이지만 사례로 제시된 글들을 원문(漢文)으로 읽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