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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책 보기의 즐거움

아름다운 한국, 한국의 봄

by 답설재 2018. 5. 1.






아름다운 한국, 한국의 봄








  서울의 산들은 산등성이 사이 사이에 검은 바위투성이나 뒤틀린 소나무의 황폐한 모습을 드러내기도 하지만 자줏빛 황혼이 지는 저녁이면 모든 산봉우리들이 마치 반투명의 핑크빛 자수정(紫水晶)처럼 빛난다. 산그늘에는 코발트색이 깃들고 하늘은 초록색이 섞인 황금색으로 물들며 저물어가는 것이다. 아주 미묘한 초록색 안개가 베일처럼 언덕을 감싸는 이른 봄이면 경치는 너무나 황홀하다. 언덕받이에는 진달래가 불꽃의 화엽(火葉)처럼, 터뜨려진 제리 열매처럼 피어나고, 막 꽃봉오리가 열리려는 벚꽃의 전율을 예기치 않은 골목에서 만나기도 한다.(49)


  이른 봄의 아름다움 속에서 나무들은 녹색과 붉은색과 황금색으로 깨어나 생동하고 있었다. 꽃과 꽃나무들은 절정에 달해 있었고, 수확물들이 가장 매력적일 때였으며, 새들은 덤불 속에서 울고, 향기로운 냄새가 가득히 물 위를 떠돌았다. 군데군데 황소가 무릎을 덮는 풀밭에서 풀을 뜯고 있었다. 거의 최저 수위에 있던 한강의 물은 수정처럼 맑았고, 그 부서지는 물방울 조각들은 티벳의 하늘처럼 푸른 하늘로부터 내리는 햇살에 반짝거렸다. 자주 눈에 띄는 잘 생긴 호두나무와 감나무의 깊은 그늘 아래, 별로 높지 않은 담을 둘러치고 있는 유족해보이는 외딴 마을들은 이 나라 치안의 안전함을 엿보게 했다.(93)





  『한국과 그 이웃 나라들 KOREA AND HER NEIGHBOURS』(이사벨라 버드 비숍, 이인화 옮김, 살림 1994)에 있는 글들입니다.

  참 좋은 책이라고 생각하며 읽었습니다.




                                                                                             봉선사(2018.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