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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책 보기의 즐거움

존 스튜어트 밀 《자유론》

by 답설재 2017. 3. 28.

존 스튜어트 밀 John Stuart Mill

《자유론On Liberty》

서병훈 옮김, 책세상, 2015

 

 

 

 

 

큰 책처럼 보이지만 멋쟁이 소년 같은 사육판(四六判) 변형

 

 

 

 

1

 

특별히 할 일도 없고 해서 철학을 한번 해보려는 건 아닙니다. 가당치도 않은 일이겠지요.

 

"존 스튜어트 밀"도 "자유론"도 들어본 이름이었습니다.

뭐가 들어 있을까 싶었습니다.

소설처럼 읽히지 않는 건 짐작대로였고, 그렇다고 중·고등학교 도덕 교과서처럼 재미없진 않아서 그런대로 읽을 만했습니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부분까지 있어서, 아직 젊거나 '도덕'이나 '사회' 교육을 좀 연구하고 싶다면 두어 번 더 읽어도 좋겠다는 생각은 했는데, 그런 입장도 아니고 그럴 일도 없으니 이 상태로 만족하려고 합니다.

 

 

2

 

논술 준비를 하는 독서가 아니어서 어느 정도 공감할 수 있는가 싶어 하며 읽었습니다.

가령 5단계 평정 같으면, "① 매우 그렇다, ② 대체로 그렇다, ③ 그저 그렇다, ④ 별로 그렇지 않다, ⑤ 전혀 그렇지 않다."

눈길이 머무는 부분에서는 그렇게 평정해보고 넘어갔습니다.

 

 

* 자유와 권력의 다툼은 역사가 시작된 까마득한 옛날부터 있어왔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아주 익숙하다.(19)

 

* 이제 정치 영역에서 '다수의 횡포tyranny of the majority'는 온 사회가 경계하지 않으면 안 될 큰 해악 가운데 하나로 분명히 인식되고 있다.(24)

 

* 관습은 사람들이 만들고 지켜온 행동 규칙의 타당성에 대해 전혀 의심하지 못하도록 만드는데, 관습은 이성적인 토의의 대상이 아니라는 일반적인 인식 때문에 이런 속성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26)

 

* 사람들에게는 세속의 권력자 또는 신이 좋아하거나 싫어할 것이라고 생각되는 바를 맹목적으로 추종 또는 기피하는 노예근성 같은 것이 있다.(28)

 

* 사람들이 자신과 정부를 동일시하게 되면, 이미 여론이 그러고 있듯이, 정부가 개인의 자유를 침해할 위험도 커지게 된다.(31)

 

* 인간 사회에서 누구든―개인이든 집단이든―다른 사람의 행동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경우는 오직 한 가지, 자기 보호를 위해 필요할 때뿐이다. 다른 사람에게 해harm를 끼치는 것을 막기 위한 목적이라면, 당사자의 의지에 반해 권력이 사용되는 것도 정당하다고 할 수 있다. 이 유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문명사회에서 구성원의 자유를 침해하는 그 어떤 권력의 행사도 정당화될 수 없다.(32)

 

* 전체 인류 가운데 단 한 사람이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그 사람에게 침묵을 강요하는 일은 옳지 못하다. 이것은 어떤 한 사람이 자기와 생각이 다르다고 나머지 사람 전부에게 침묵을 강요하는 일만큼이나 용납될 수 없는 것이다.(44)

 

* 정말 이상하게도 사람들은 자유 토론의 불가피함을 인정하면서도 어떤 현안에 대해 '끝장을 보듯이 철저하게 토론하는 것'에는 거부감을 느낀다.(52)

 

* 분명히 말해 진리가 언제나 박해를 이기고 최후의 승리를 거둔다는 주장은 (…) 유쾌한 거짓말에 지나지 않는다. 이단자들이 너무 강력해서 효과적으로 척결하기 어려운 경우 말고는, 박해를 가하는 자들은 언제나 성공을 거두었다.(64)

 

* 우리 삶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가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곳에서는 인간 역사를 그토록 아름답게 빛내주던 거대한 규모의 정신 활동이 일어날 수 없다.(72)

 

* 지성을 단련시키는 데 가장 중요한 변수를 꼽으라면 단연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의 근거를 학습하는 것이다.(75)

 

* 그저 자기가 전공하는 분야에 대해서만 아는 사람은 실은 그 분야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고 볼 수 있다. (…) 상대반이 왜 그런 주장을 펴는지 그 핵심을 알기 어려운 것이다. 실제 그런 생각을 하고 있고 온 힘을 다해 그런 주장을 펴는 사람의 이야기를 직접 들을 수 있어야 한다.(76)

 

* 서로 대립하는 두 주장 가운데 하나는 진리이고 다른 하나는 틀린 것으로 확연히 구분되기보다는 각각 어느 정도씩 진리를 담고 있는 경우가 더 일반적이다.(91)

 

* 분명한 것은 바로 상대편이 존재하기 때문에 양쪽 모두가 이성과 건강한 정신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다.(94)

 

* 다양한 의견을 허용하는 것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이 소중한 어떤 것을 얻기 위해 지불하지 않으면 안 되는 비용인 셈이다.(100~101)

 

* 인간의 능력 가운데서 팽팽하게 맞서 있는 두 의견에 대해 재판관처럼 공정하게 지적 판단을 내리는 능력만큼 드문 것도 없다.(102)

 

* 논쟁이 진행되면서 통설에 반대 의견을 가진 사람은 사악하고 비도덕적인 인물로 공격을 받게 되는데, 이것이야말로 최악의 결과가 아닐 수 없다.(105)

 

* 다양함은 나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좋은 것이라는 사실은 개인의 의견 못지않게 행동 양식에도 적용될 수 있다.(110)

 

* 사람들은 개별성이 중요하다는 것은 안다. 문제는 개별성에 어느 정도 가치를 부여할 것인가이다. 어느 누구도 자신은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채 그저 다른 사람을 따라하기만 하면 좋은 삶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기 때문이다.(112)

 

* 인간은 본성상 모형대로 찍어내고 그것이 시키는 대로 따라하는 기계가 아니다. 그보다는 생명을 불어넣어주는 내면의 힘에 따라 온 사방으로 스스로 자라고 발전하려 하는 나무와 같은 존재이다.(115)

 

* 개별성을 짓밟는 체제는 그 이름이 무엇이든, 그리고 그것이 신의 뜻을 따른다거나 인간이 만든 율법을 집행한다거나 하는 등 어떤 명분을 내세우든, 최악의 독재 체제라고 할 수 있다.(122)

 

* 사실 독창적이지 못한 사람들로서는 독창성이 왜 중요한지 이해하기 어렵다. 독창성이 자신들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알 수가 없는 것이다.(125)

 

* 정신적인 능력이 뛰어나거나 뛰어나다고 여겨지는 사람에게, 우리는 어느 정도든 겉으로나마 또는 실제로 경의를 표한다. 그러나 우리가 사는 이 세상에서는 일반적으로 평범한 사람들이 최고 권력을 장악하는 경향이 있다. (…) 정부도 대중이 원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을 챙겨주는 기관이 되고 있다.(126)

 

* 누구든지 웬만한 정도의 상식과 경험만 있다면, 자신의 삶을 자기 방식대로 살아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129)

 

* 보통 사람들은 지적인 면뿐만 아니라 취향도 덤덤한 편이다. (…) 다른 사람이 관습과 어긋나게 행동하는 것을 이해하지도 못한다. 그런 모든 행동을 야비하고 무절제한 것으로 치부하면서, 경멸하기까지 한다.(131)

 

* 훔볼트는 인간 발전을 위한 필수 조건으로 두 가지, 즉 자유와 상황의 다양성을 들었는데, 이는 결국 사람들이 서로 똑같지 않아야 한다는 말의 다른 표현이다.(137)

 

* 국가가 운영하고 통제하는 교육이 꼭 있어야 한다면, 그것은 시범적으로 그리고 다른 교육 방식이 일정 수준에 오르도록 자극을 줄 목적에서 여러 경쟁적인 교육 체계 가운데 하나로서 시도되는 경우에 한정되어야 한다.(197)

 

* (…) 국가가 사람들의 생각을 특정 방향으로 유도해서는 안 된다. (…) 종교, 정치 또는 기타 논쟁의 여지가 있는 과목에 대한 시험에서는 그 내용의 진위(眞僞)에 관해서 물어서는 안 된다. (…) 다음 세대가 논쟁의 대상이 되는 모든 진리에 대해 우리보다 모르지 않을 것이다.(198)

 

* 행정 기구가 더 효과적이고 과학적으로 조직될수록, 다시 말해 최고의 자격과 능력을 갖춘 공무원들을 채용하는 방식이 발전할수록, 그에 비례해서 그 부정적인 효과도 커진다. (…) 그 결과, 이런 관료 사회의 일원으로 편입되는 것이, 그리고 일단 편입되고 나서는 또 신분 상승을 꾀하는 것이 희망의 전부가 되고 만다. (…) 관료들의 이익과 상반되는 개혁은 시행할 수 없게 된다.(204~205)

 

 

3

 

"자유론" "존 스튜어트 밀"

이런 책이 교과서에나 소개되는 이름이 아니어서 학교를 졸업한지 수십 년만에라도 한번 읽어보고 갈 수 있게 되었다는 게 신기합니다.

나이가 들어서라도 교과서 속의 인물, 교과서 속의 책을 읽을 수 있는 '세상'이 주어진다는 건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교육이 좀 발전해서, 시간적으로, 학교에서도 교과서 속의 철학자, 교과서 속의 책에 대해 집중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고 실제로 읽을 수도 있게 되면 좋겠습니다.

농담삼아 덧붙입니다. "이런 토론, 이런 독서를 시키는 사교육(私敎育)은 없을까요?"

 

어느 책에서였는지 기억할 수가 없다.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추구한 공리주의 입장이었다는 비판을 받았다는 내용이었다.

그런 걸 설명하거나 토론할 만한 주제가 되지 못하여 독후감이나 서평을 쓸 수도 없고 댓글과 답글을 주고받을 입장도 아니라는 걸 밝힌다. 부끄럽다.

 

 

존 스튜어트 밀John Stuart Mill(1806~1873)

 

(…) 아버지는 주입식 교육을 피하고 어떤 문제든 혼자 힘으로 생각하고 해결하도록 아들을 가르쳤다.(…)

859년에는 그의 저서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자유론》을, (…)

 

―책 날개의 프로필에서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