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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은하철도 999》

by 답설재 2016. 4. 20.

출처 : 다음영상 동영상

 

 

 

"할아버지! 내 노래 들려줘!"

아이는 내 차에 오를 때마다 꼭 그렇게 주문합니다. 그 중 한 CD의 21번이 《은하철도 999》입니다.

 

 

기차가 어둠을 헤치고

은하수를 건너면

우주 정거장에 햇빛이 쏟아지네

 

 

"이건 너희 아빠가 어렸을 때 영국 고모, 인천 고마와 함께 셋이서 일요일만 되면 꼭 보던 만화영화 노래야."

지난해 초겨울엔가 그 말을 했더니 이후로는 21번을 연속으로 듣겠다고도 하는데, 그러면 애들 할머니는 내가 핸들이나 정신줄을 놓을까봐 걱정을 합니다.

 

사실은 나도 열심히 듣습니다. '몰래' 듣습니다.

'몰래'?…… '안 듣는 척' 듣는 것입니다.

삼십여 년 전의 그날들이 수많은 영상으로 떠오릅니다. 애들 할머니 '몰래' 떠올려보는 영상들입니다.

'몰래?'…… 미안하기 때문입니다. 잘못한 것, 속상하게 한 것…… 유치한 짓, 얼빠진 짓, 실없는 짓, 한심한 짓…… 그런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아니, 솔직하게 말하면 지난 세월이 온통 그런 것들만으로 이루어진 것 같기도 합니다.

 

가슴이 저립니다.

어떻게 하겠습니까? 지나가버렸습니다.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지만 흘러버린 세월을 한스러워 합니다.

'아무렇지도 않은 척'…… 게다가 아직까지 잘난 체하며 지냅니다. 아내나 아이들이나 내가 속운 '텅' 비어 껍질밖에 남지 않은 주제에 잘난 체하는 걸 눈치챘으면서도 일단 모르는 척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행복 찾는 나그네의 눈동자는 불타오르고

엄마 잃은 소년의 가슴엔

그리움이 솟아오르네

힘차게 달려라 은하철도 999

힘차게 달려라 은하철도 999

은하철도 999

 

 

애들 할머니가 아이들과 함께 내 차를 탈 때나 애들 아빠가 아이들과 함께 내 차를 탈 때나, 나는 이 노래를 '몰래' 듣고, 그렇게 들으며 한많은 옛일들을 '몰래' 떠올립니다.

 

 

기차는 은하수 건너서

밝은 빛의 바다로

끝없는 레일 위에 햇빛이 부서지네

꿈을 쫓는 방랑자의 가슴에선 찬바람 일고

엄마 잃은 소년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 차 있네

힘차게 달려라 은하철도 999

힘차게 달려라 은하철도 999

은하철도 999

 

 

아, 정말…… 신나는 노래인데, '신나는'이 아니라면 적어도 '힘찬' 노래인데, 나는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너무나 짙은 향수에 젖고 게다가 눈물까지 흘립니다. 그 눈물을 '몰래' 흘립니다. 신나는 혹은 힘찬 노래를 들으며 '철철' 우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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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철도 999'는 알고 보면 뭐가 어떻다고 할 사람이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아예 위키백과에서 전문(前文)을 옮겨 놓겠습니다... 《은하철도 999》(일본어: 銀河鐵道999 ぎんがてつどうスリーナイン 긴가테쓰도 스리나인)는 마츠모토 레이지(松本零士)가 창작한 만화 또는 이를 원작으로 하는 레이지버스 애니메이션이다. 만화는 1977년부터 1979년까지 소년화보사의 소년 만화 잡지 《소년 킹》 에 연재되었다. 애니메이션은 후지 TV를 통해 1978년 9월 14일부터 1981년 4월 9일까지 2년 6개월에 걸쳐 요약편을 포함하여 모두 113화가 방영되었다. 1979년과 1981년에는 린 타로가 감독한 극장판이 제작, 상영되었다. 대한민국에서는 1981년 10월 4일에 오전 8시 특선만화로 1화와 2화가 최초방영되고 일주일후인 10월 11일 12화,13화 화석의전사편을 방영하였다. 그후 방송의 반응이 좋아 113화 전편을 수입하여 1982년 1월 12일 부터 1983년 1월 16일까지 문화방송에서 일요일 아침시간대인 오전 8시에 2편씩 60분으로 묶어 정규방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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