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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든 책

『서울탐구여행』(1998)

by 답설재 2015. 4. 30.

 

 

 

 

 

이 책을 만들게 된 이야기입니다.

 

 

 

서울을 폭넓게 구체적으로 보고 싶은 분들을 위하여

 

 

얼마 전 초저녁의 어스름에 탑골 공원 앞을 지나다가 매우 안타까운 장면을 본 적이 있습니다. 30대의 한 남자가 공원 안내판을 들여다보며 열심히 베껴 쓰고 있었는데, 불빛은 비치고 있었지만 밤에 그것을 읽고 옮겨 쓰는 일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았습니다. 나는 그분이 하고 있는 일이 궁금하여 다가가 물었더니, 딱하게도 퇴근하는 길에 아들 녀석 숙제 심부름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분의 아들은 학교 공부를 마치고 학원에도 가야 하고 다른 숙제도 해야 하기 때문에 이런 숙제는 할 시간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순간 나는 이 책 '서울 탐구 여행'과 같은 자료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얼마 전부터 우리는 '열린 교육' 혹은 '열린 학습'이라는 말을 많이 듣게 되었고, 학교 선생님들 사이에는 '자기 주도적 학습'을 시키자는 말을 자주 하고 있습니다. 이런 교육을 하자면 보다 쉽고 재미있는 것으로부터 출발해야 할 것은 더 말할 필요도 없는 것입니다. 이제 학교 선생님들은 학생들이 어려운 내용을 잘 간추려 달달 외워야 공부를 잘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흥미로운 사실들을 살펴보고 스스로의 힘으로 발견해 나가는 공부가 참다운 공부이며, 그것이 바로 '자기 주도적 학습' '열린 학습'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서울이라는 곳은 정치, 행정, 산업, 역사, 정보, 통신, 문화 등 모든 면에서 우리 사회의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서울에 살고 있는 학생들은 물론 우리나라의 모든 학생들에게 매우 흥미롭고 중요한 학습 대상이 되고 있으며, 그것은 어쩌면 어른들에게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책은 우리나라 방방곡곡을 샅샅이 알려 주는 시리즈로 엮겠다는 생각으로 우선 '서울편'을 내놓은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을 보면 서울의 이곳저곳을 일일이 찾아가지 않아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이 책은 서울의 여러 명소를 더욱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여러분이 그곳을 찾아가고 싶다는 동기를 줄 수 있는 책인 것입니다.

 

이 책에 소개된 여러 곳을 일일이 찾아가 보고 열심히 집필해 주신 김정석·정종원 선생님, 아름답고 정확한 그림을 그리려고 노력한 강태현 선생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아이엠에프(IMF)의 바람이 불어 어려워진 출판 사정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만들어 주신 교학사 양철우 사장님의 좋은 책에 대한 애착심, 사진 하나 그림 하나 낱말 하나하나에 온 정성을 기울인 편집 팀의 열성도 잊을 수 없습니다.

 

1998년 8월

 

 

 

 

 

저자가 여러 명입니다. 대표저자는 평소의 후의가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컸기 때문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넣었습니다. 혼자 만들었다면 꽤 많은 인세를 받았을 것입니다. 몇 년 간 많이 팔렸습니다.

 

앞 부분의 몇 페이지를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혹 찾는 이가 있을까 봐 이야기합니다. 좀 보내라고 해서 없다고 하면 안면도 바꾸어버리는 분이 있었습니다. 예전에 나온 책이어서 절판되었습니다. 서점에 가면 새로 만들어진 좋은 책들이 얼마든지 있습니다. 이 책에는 당연히 이미 변화되어버린 내용도 있습니다. 세상은 자꾸 변하고 서울은 특히 그러니까요.

그래도 필요하다면 그럼 중고 본서점에 더러 있는 걸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