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든 책

『초등학교 교육과정 해설』

by 답설재 2015. 7. 21.

교육부, 『초등학교 교육과정 해설

대한교과서주식회사, 1998

 

 

 

 

중학교, 고등학교 교육과정 해설도 같은 내용으로 편집되었습니다.

 

 

 

제7차 교육과정은 지긋지긋한 느낌이 없지 않습니다. 개인적 소감인데, 그만큼 애정도 깊었습니다. 이런 걸 두고 애증이 함께한다고 하는 것일까 싶습니다.

 

이 교육과정 해설서 필자 세 사람 명단에 제 이름도 들어 있는 건 오랫동안 영광이었지만, 그 교육과정의 적용 때문에, 그 고달픔으로, 자칫하면 죽어나갈 뻔한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이건 농담이 아닙니다. 그걸 생각하면, 이 정도의 영광 가지고는 안 되겠지만, 그렇다고 이제 와서 무얼 어떻게 하겠습니까?

 

 

 

 

2005년이었을 것입니다. 정년(停年)이 얼마 남지 않은 때였고, 교장으로 나간 이듬해였습니다.

3월초가 되자 신임교사가 몇 명 와서 학교 앞의 근사한 식당에서 그들을 환영하는 점심식사를 했는데, 맞은편의 아리따운 초임교사 한 명이 물었습니다.

"교장선생님 이름이 ΟΟΟ이라고요?"

"아, 예. 그렇습니다."

"교육과정 해설에도 그런 이름이 있는데……"

"아, 그래요? 동명이인(同名異人)인가? 그나저나 그 자료를 읽고 외우느라고 고생 좀 하셨지요?"

내가 빙그레 웃으며 그렇게 물었습니다.

"그럼요! 여덟 번이나 읽고 외우고 해서 임용고사에 합격했으니까요! 책을 펼칠 때마다 도대체 이런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했어요."

"미웠겠지요?"

"밉기도 하고…… 이런 사람은 뭐 어떤 사람인가 했죠."

그때쯤에는 신임교사들이 너도나도 뭐라고들 하는데 교감이 나섰습니다. 더 두었다가는 듣기 거북한 말까지 나올지도 모른다는 판단을 한 것이겠지요.

"그분이 바로 이분이에요."

 

 

 

 

이젠 소용도 없고 해서 그때 정부에서 현장을 지원하기 위해 그야말로 피땀으로 만든 수많은 자료들을 다 버렸는데 이 자료는 한 권 가지고 있습니다. 한동안 전국적으로 돌아다니며 그 초임교사의 여덟 번보다 훨씬 더 많이 고민하고 이야기하고 강조하고 하던 내용들이 들어 있는 눈물겨운 흔적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