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세계수학자대회가 열린답니다. 한국고등과학원에서 근무하는 황준묵 교수는 한국인으로서는 첫 기조강연을 하게 되었다는 기사를 봤습니다. 기조강연을 하는 20명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받는 것에 비교된다고 합니다.
그저께 아침에 전철역으로 나가는 버스에서 그 고등과학원을 세우고 초대 및 2대 원장을 지낸 세계적인 물리학자 김정욱 교수를 만났습니다. 버스가 전철역에 닿을 때까지의 10여 분 동안 필즈상 얘기를 들었습니다. 일본은 벌써 서너 명이 받았는데(분명히 들었는데도 확실하게 기억하지 못합니다. 그게 중요한 건 아니겠지요.), 우리는 아무도 받지 못했답니다.
필즈상은 40세가 넘으면 받을 수 없답니다. 그리고 우리 교육이 이런 식이라면 우리는 영원히 그 상을 받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했습니다. 수학교육은 철저히 토론식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양의 문제를, 틀리지 않고, 남보다 먼저 풀어야 하는 이런 수학교육으로는 올림피아드 대회나 피사(PISA) 같은 데서는 두각을 드러낼 수 있을지 모르지만, 결코 수학에서 요구하는 창의력은 기를 수 없고, 학교를 졸업하고 연구를 시작하면 이미 창의력을 발휘하기가 어려워진다는 것입니다.
"왜 같은 문제를 이렇게 많이 풀어야 하느냐?" "왜 공식대로 빨리 풀어야 하느냐? 다른 방법으로 내가 생각하는 방법으로 풀면 왜 안 되느냐?"고 화를 내는, 고집을 피우는 아이를 알고 있습니다.
학원에서는, 학원을 다니지 않고 있는 이 아이에게 자기네들이 시키는 선행학습을 시키지 않으면 결코 특목고를 가지 못할 것이라고 장담한답니다. 그럼 일반고를 가도 얼마든지 좋은 공부를 할 수 있다고 반박해 주면 되겠습니까? 아니면 아이에게 지금부터 학원을 다녀서 특목고를 가라고 해야 합니까?
저 시인은 문학을 수학이나 물리학처럼 가르치면 안된다고 했습니다. 그 비판이 정당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수학이나 물리학도 그렇게 가르쳐서는 안된다는 것이, 그렇게 가르쳐서는 필즈상도 못받고 만다는 것이 김정욱 교수의 주장입니다. "주장"이라고는 했지만, 김 교수는 언제나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잔잔한 음성으로 이야기합니다.
잔잔한 음성으로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한다고 해서 심각하게 듣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느낌이 강합니다. 사실은 그건 그분으로부터 한두 번 들은 얘기가 아니고, 들을 때마다 '우리나라의 앞날'이 걱정스러웠습니다. |